[뉴스토마토 김재홍·최병호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국내외 자문사들이 잇달아 반대를 권고하면서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찬성 기류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방침을 정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논란을 의식해 내부 투자위원회가 아닌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의결권 지침을 일임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이후 직면했던 후폭풍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의결권전문위가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명분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재벌개혁의 핵심이 일감몰아주기 근절과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개편)방향은 옳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서 3월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계속된 압박에 따른 수동적 의미가 강했지만, 김 위원장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했다고 본다"며 환영해 가까스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제동을 걸 경우 정부가 주도했던 순환출자 해소를 스스로 뒤집는다는 점에서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며 "투자위원회는 물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이 원칙에는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전문위 멤버들이 2017년 8월 롯데 분할합병 안건을 찬성했는데 당시 배경도 이 같은 원칙이었다"며 "삼성물산 건의 악몽이 있어 시장에서는 반대 또는 중립 의견에 대한 전망이 있었지만, 찬성하며 원칙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거듭 약속한 점도 국민연금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로, 좌절시 지배구조 개편도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다. 분할합병안 통과 여부는 국민연금에 달렸다. 이날 기준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30.17%다. 국민연금 지분율을 9.82%로, 기아차 다음의 2대주주다. 외국인은 현대모비스 지분 47.73%를 보유했다. 다만 외국인들이 일제히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분할합병안이 임시 주총에서 가결되려면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총 참석률이 일반적으로 70~80%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전체 주주 중 46.67~53.33%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하면 된다.
현대차는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 마지막까지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로 시작된 이번 대결은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권고로 치열한 표 싸움으로 비화됐다.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반대 진영에 합류하며 현대차를 궁지로 내몰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찬성 기류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재홍·최병호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