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하려 했지만 양사 임시 주총이 취소되면서 개편이 사실상 무산됐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29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 주총을 취소했다. 당초 양사는 임시 주총에서 분할합병안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날 양사는 "올해 3월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서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결정했다"며 "임시 주총 특별결의 가결요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신중한 검토와 논의 끝에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임시 주총을 취소한 배경으로는 개편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30.17%다. 반면에 외국인은 47.71%를 보유 중이다.
최근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개편안에 반대 권고를 했고 국내에서도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국민연금과 자문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 권고를 하면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다.
당초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 가능성이 높았지만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하면서 중립 또는 반대를 점치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현대차그룹 개편안이 시작도 하기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 통과가 개편안의 첫 단추인 만큼 총력전을 펼쳤다. 정의선 부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16일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 17일 이원희 현대차 대표가 주주들에게 개편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9600억원, 현대모비스는 이달 2일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주총 가결을 위해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 가능성도 점쳤지만 현 시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임시 주총을 취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는 이날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개편안 발표 이후 투자자 및 시장, 주주분들이 다양한 비판적 견해와 고언을 주셨고 신중한 검토 끝에 분할합병계약을 일단 해제한 수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총력전을 벌이면서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첫단추부터 실패하면서 재추진을 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등에 밀렸다는 인상을 준 부분도 향후 개편안 추진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순환출자 해소보다는 경영권 승계의 목적이 더욱 강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가 받은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