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장기화

새 개편안에 이어 대국민 이미지 개선안 마련 고민 깊어

입력 : 2018-05-22 오후 5:43:2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재개하기까지 최장 1년 이상까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1년여 기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3월말 발표했던 개편안이 첫 단추부터 투자자 설득에 실패하면서 모든 후속 절차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새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공세에 밀린 만큼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였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결국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안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이사회 개최 전인 이날 오전 검찰이 34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조세 포탈한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강남 현대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회사는 더욱 어수선했다.
 
양사 합병 무산이 현대차그룹에게 안긴 상처는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일부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29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가 가까워질수록 투자자들의 마음은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을 시작으로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이어 반대 권고를 하고, 주주들도 등을 돌렸다. 현대차그룹은 깊은 고민 끝에 무리수를 던져가면서까지 표 대결을 강행할 수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전부터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IR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다”면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새 개편안과 더불어 국민들에 대한 기업 이미지 개선 방안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새 방안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례적으로 정 부회장 명의로 발표한 ‘개편안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입장문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담겨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면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개편 방안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격 철회한 가운데 수개월 후 재추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안을 보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이번 개편안이 시장에서는 합병비율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긍정 평가를 내렸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정몽구 회장 일가가 다소 손해를 보는 구조로 비율을 다시 산정한다면 주주들이 반대할 명분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기존 안을 휴지통에 버리고 새로운 안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했던 정 부회장의 안이 첫 단계에서 좌절됐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정몽구 회장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경험을 놓고 볼 때 현대차그룹은 한 번 실패한 방법을 되풀이하거나 개선하지 않는다. 새로운 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연내 재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또 다시 실패한다면 경영진과 그룹이 입을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신중하게 개편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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