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아동, 감각이상 수정돼도 자폐행동은 지속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8-06-19 오후 12:00:48
자폐증에 나타나는 감각처리장애의 메커니즘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뇌간부에서 감각처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현대 뇌과학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뇌간부에서 처리된 감각이 시상을 거쳐 대뇌에 전달되어 시냅스를 형성하기에 대뇌는 고도한 통합판단 명령기관이기 이전에 감각된 정보의 기록기관으로서 작용한다.
 
뇌를 진화론적으로 보자면 뇌간부는 아주 원시적인 뇌조직이다.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일차적으로 가공 처리하여 반응하는 곳으로 어류나 양서류 수준의 신경조직과 동일한 반응체계를 가진다. 원시적인 뇌에 비해 현생인류의 뇌는 대뇌피질이 비대해져 종합적인 정보판단과정을 거치기에 감각된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을 치료하면서 임상적으로 경험을 해보면 감각처리장애는 비교적 빠른 호전과 변화를 보이게 된다. 자폐증 아동의 나이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치료 일주일 만에 눈맞춤이 정상화되는 경우도 수없이 경험했다. 이는 아마도 뇌간조직이 발생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 원시 조직이라 가소성이 매우 높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된다.
 
눈맞춤과 호명반응이 호전된 아동들이 여전히 자폐적인 행동을 지속할 때 치료자는 매우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눈맞춤을 못하는 아이가 치료를 통해 눈맞춤이 가능해졌는데, 아이가 이제는 눈맞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안 하는 행동 양식을 보이기도 한다. 즉 자신이 필요할 때만 눈맞춤을 시도하고 일반적인 놀이에서는 여전히 혼자 노는 경향을 보인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아동에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치료를 통해 변화되는 것은 감각처리능력의 개선일 뿐이다. 대뇌피질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는 경험적인 데이터의 기록이다. 당연히 자폐증 아동의 대뇌에는 그동안 아이가 세상을 경험한 그 시간만큼의 경험기록이 저장되어 있다. 그 기록은 자폐적인 경험 데이터이다. 즉 자폐적으로 인식하고 자폐적으로 행동해온 데이터인 것이다.
 
대뇌피질은 데이터 기록기관이면서 명령기관이기도 하다. 기록된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하고 감각기관에 재차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의 내용은 경험에 기초한 것이기에 자폐적인 행동 명령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폐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감각처리장애 치료를 넘어서 대뇌피질에 기록된 자폐적인 기록의 수정을 만들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 데이터 기록은 순간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역사 기록과도 같은 것이다. 이전의 자폐적인 경험 데이터보다 더 많은 양의 사회적인 경험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그래야 기록정보의 절대량이 자폐적인 데이터양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는 아동이 정상적인 행동 경험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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