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볼보의 '더 뉴 XC40'는 브랜드 설립 이후 90여년 만에 최초로 선보인 소형 SUV다. XC40는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Swedish Minimalist)를 내세워 현재 현대자동차의 코나,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XC40는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으며, 1월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계약 8만대를 돌파하며 상품성을 검증받았다.
경기도 남양주 '스튜디오 담'에서 춘천을 거쳐 가평, 서울 반포 서래나루 주차장까지 240km구간을 주행하면서 차량의 성능을 체험했다. XC40는 '모멘텀', 'R-디자인', '인스크립션'의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VAT 포함 각각 4620만원, 4880만원, 5080만원이다. 시승은 모멘텀 트림으로 진행됐다.
차량에 탑승하니 심플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센터페시아에는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했고 그 외 공간에서는 버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단순했다. 푸조 '3008 GT'에서 비행기 조종석이 연상되는 분위기와 다양한 토클 스위치가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마찰을 통한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을 이용한 방식을 채택해 큰 압력 없이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했다.
볼보의 더 뉴 XC40. 사진/볼보
대시 보드는 자동차 외관에 주로 쓰이는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으로 마감한 금속 장식을 사용해 깔끔한 분위기가 극대화됐다. 속도계와 RPM 게이지 사이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방식보다 주행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창의적인 공간활용을 한 점도 XC40의 특징이다. 운전석 왼쪽 도어 수납공간은 노트북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센터 콘솔에는 무선충전이 가능한 휴대전화 전용 공간은 물론 카드홀더와 갑티슈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볼보 관계자는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간편하면서 풍부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면서 "볼보만의 미니멀리즘으로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독창적인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XC40에는 T4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최대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성능을 확보했다. 가솔린 모델이라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지만 오르막길에서도 부드럽게 가속이 이뤄졌다. 오히려 속도를 높여 고속주행을 할 때도 엔진음이 크지 않았다. XC40 전 트림에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이번 시승에서 산길 구간을 주행할 때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계기판에도 내비게이션 화면이 구현되는 점도 XC40의 특징이다. 사진/김재홍 기자
이 차량에는 볼보의 지능형 안전 시스템인 '인텔리세이프' 시스템이 적용됐다. 그 중 볼보의 최신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Ⅱ 기능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자동으로 앞 차와의 간격을 사전에 설정된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ACC)과는 달리 전방에 감지되는 차량이 없어도 최고 140km/h 속도를 유지하면서 차선 이탈 없이 달릴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기능을 활성화 한 후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거나 약하게 잡았는데 차량이 스스로 조향하면서 차선을 유지하고 달리는 점을 검증했다. 볼보 관계자는 "도로 차선 표시가 감지되지 않을 때는 거리 제어만 유지한다"면서 "운전자가 일정 시간 이상 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려놓지 않으면 조향 보조 기능은 자동적으로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XC40의 복합연비는 10.3km/ℓ이며, 이번 시승에서는 9.9km/ℓ로 공인 연비와 비슷하게 나왔다. 시승코스가 서울 도심 주행이나 국도의 비중이 높아 고속 주행 구간이 적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다만 앞좌석의 심플한 분위기와 쾌적한 공간감에 비해 뒷좌석 공간은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해도 다소 좁다고 느껴졌다. 또한 가격대가 4000만원 후반~5000만원 초반대라는 점도 코나, 티볼리와의 대결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플한 디자인과 풍부한 수납공간도 XC40의 차별화된 요소다. 사진/볼보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