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무관련성이 있는 민간 기관이나 단체 등으로부터 자금 등을 부당 지원받아 외유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공직자가 총 26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국회의원은 모두 38명으로, '갑중의 갑'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부터 올해 4월말까지 공직자가 밀접한 직무관련이 있는 민간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부당한 출장지원을 받은 소지가 있는 사례는 28개 기관, 86건이며, 지원받은 공직자는 165명에 달했다.
기관 유형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 중앙부처 2곳과 서울시 광진구·서대문구·경상교육지원청 등 지자체 및 교육청 15곳,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상 공기업 8곳에서 이같은 사례가 적발됐다. 지방공기업 중에서는 대구테크노파크와 기타 공직 유관단체 중에서는 농업협동중앙회, 한국광기술원 소속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민간 단체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해외를 다녀왔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지도·감독, 보조금 지급 등으로 사실상 '을'위치에 있는 민간기관·단체 등으로부터 법령상 근거 없이 또는 불공정 계약행위 등을 통해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마케팅 차원의 해외 공동설명회를 실시하면서 계약 및 감독 업무 관계에 있는 여러 민간항공사들로부터 항공권을 지원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한 중앙부처는 위탁납품업체로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포상 차원의 간부 공무원 부부동반 해외출장비를 지원받았으며, 또 다른 부처는 장관 표창자인 지자체 공무원의 해외선진기술 벤치마킹 명목의 해외출장 비용을 피감기관인 민간기관에게 떠넘겼다.
공공기관이 '을'의 위치에서 자신들을 감사 또는 감독하는 국회의원 등에게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모두 지원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거나 절차가 불명확했다. 해외출장도 명목상일 뿐이지 공식적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것들도 있었다.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피감·산하 기관이 감사·감독 기관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사례는 22개 기관, 51건이다. 기획재정부·통일부·산림청 등 중앙부처 3곳과 강원 양구군 등 지자체 6곳,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운법상 공기업 10곳,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지방공기업 3곳 등에서 부정 비용지원 사례가 적발됐다.
해외출장비용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공직자는 96명이다. 소속기관별로는 상급기관 공직자 11명, 국회의원 38명,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이었다.
유형별로는 공식적 행사로 인정되기 어려운 해외출장에 예산을 부당하게 지원한 소지가 있는 사례가 18개 기관에서 37건, 예산은 편성되어 있지만 지원 근거가 되는 법령·기준이 없는 사례가 4개 기관에서 14건이 적발됐다.
권익위는 이번 점검을 통해서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사례를 감독기관과 소속기관에게 즉시 통보하고, 관계자 소명 청취와 추가 확인·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 등의 제재 조치를 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 자체적으로는 부당지원 재발 방지 차원에서 위반 사례를 유형화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은 기재부와 교육부·행안부·권익위 등이 주관했다. 공운법상 공기업(338개)과 교육청(17개), 국립대(48개), 광역·기초지자체(243개), 지방공기업(516개), 공립대(8개), 중앙부처(55개), 기타 공직유관단체(258개) 등이 대상이 됐다. 다만, 이번 점검은 부패행위 신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상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면자료 위주의 실태점검으로서, 해외출장 비용 제공자와 수령자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결과 및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