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BMW가 차량 화재사고와 대규모 리콜 결정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3년 전부터 관련 사고가 있었지만 BMW가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BMW 차량에서 발생한 주행 중 화재 사건은 28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BMW 차량 10만6317대에 리콜 결정을 내렸지만 사고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BMW의 늑장 대응을 이번 사태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2015년 11월에만 BMW 차량에서 5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고객에게 불편과 불안을 끼쳐 사과드린다"면서 "관련 기관과 원인을 규명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올해 BMW 차량의 화재 사고가 28건이 발생한 가운데, BMW의 늑장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올 초에도 관련 사고가 이어졌지만 BMW 측은 "520d 등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화재 사건 또한 많다",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등 소극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3년 전부터 사고가 있었지만 BMW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면서 "지난달에만 7건의 화재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이 사안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번 화재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3년전 사과문 내용과 거의 동일했고, 이달 20일부터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교체와 EGR 파이프를 클리닝하는 리콜을 시행하겠다는 방안만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사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EGR 모듈이 문제라면 BMW가 국내 외에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리콜을 해야 한다"면서 "화재 사고가 국내에서만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BMW에는 동일한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EGR 모듈 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BMW가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시스템 등 면밀한 조사에 착수해 사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BMW는 지난달 31일부터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24시간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일부 고객센터에는 전화 연결조차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