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인복 대법관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에서 대일관계를 고려해 종전 판단을 번복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현직 부장판사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정했다.
경기지역에 근무하는 이 모 부장판사는 1일 대법원을 통해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지시는 누군가로부터 이미 내려져 민사조에서 검토 중이었다"면서 "이인복 대법관님은 당연히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법관님은 (제가)종전 페이스북 글처럼 관련 사건에 대한 보고를 드리자 본인이 참여한 판결이 이후 소멸시효에 관한 다른 판결이 나고 학계에서도 비판받는 상황에 고심을 하셨다"고 말했다.
또 "이 대법관님은 본인이 종전 판결 당시 뭔가 잘못 생각한 것이 혹시나 없는지 걱정하시는 취지에서 연수원 제자인 저에게도 한번 살펴보라고 말씀하신 것이지 파기를 주장하거나 이를 바랄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거듭 말씀드리지만 재검토지시는 이 대법관님이 아닌 다른 분에 의해 내려진 상황이었고 이 대법관님이 새삼 지시하신 것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측도 이날 "이 전 대법관은 일제징용 사건의 재상고심 재판부에 속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 9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대법원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같은 사건에서 스스로 부정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검토되고 있었는데도 재판연구관실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라고 폭로했다.
그는 “종전 미쓰비시 사건 대법원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에게 보고하고 난 후 난데없이 선배법관에게 ‘재검토 중에 있으니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 그 문구를 그대로 쓰면 안 된다’고 들었다”면서 "선배 법관 지시에 따라 판결이유를 수정해야 한다는 보고를 하러 가자 대법관은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듯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면서 한일 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그런데 이 모든 이상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속속 발견된다"며 "이 일이 있기 바로 전 '한일관계 최대 현안, 강제징용판결 파기환송 희망'이라고 적은 보고서, 정부를 무마하기 위해 소송지연을 검토한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의혹과 관련해 최근 이 부장판사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복 전 대법관이 2016년 9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장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