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은행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현지 네트워크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행도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을 늘리며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 증액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은 기존 3500만 달러에서 8000만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베트남 하노이지점은 농협은행의 해외 두 번째 영업망이자 아시아 1호 영업망으로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진출 및 확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이 정부의 '신(新) 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 지역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농협은행의 동남아 네트워크 확장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농협은행 내부에서는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이 증액된 데는 지난 5월 이대훈 행장의 현장경영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5월 베트남 출장길에 올라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와 만나 하노이지점의 영업기금 증액, 지점 추가 개설 등에 대한 현지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베트남 내 사업확장과 농업금융 발전을 위한 구상을 밝혔다.
영업기금이 자본금 성격을 띄는 만큼 농협금융은 늘어난 영업기금으로 거래기업을 비롯해 교민들을 대상으로 여수신 및 무역금융, 금융서비스 등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작년 말 2000만 달러였던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의 대출약정액은 지난 6월 현재 3328만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은 영업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5월 4개 지점을 동시에 개점해 총 30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3개 영업점을 보유한
우리은행(000030)의 경우 지난 6월 말 6개 영업점에 대한 설립 인가를 획득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2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국내 대형 은행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한 상태인 만큼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은행들이 베트남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는 작년 상반기보다 7.08% 증가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국가가 지나치게 몰려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베트남의 경우 인구가 약 1억명에 달하는 데다 평균연령이 낮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이라며 "이같은 점을 감안해 현지 영업망 확대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오른쪽 첫째)이 지난 5월 응웬 동 띠엔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왼쪽 첫째)와 만나 농협은행의 현지 사업 확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