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토지보상금 15억' 사기…전 SH 간부 검거

처 명의 이용, 보상금 양도한 것처럼 속여…보상금 적게 책정한 뒤 증액 대가 받기도

입력 : 2018-09-19 오후 6:14:15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토지주로부터 토지보상금을 양도 받은 것처럼 속여 15억여원 상당을 가로챈 전 SH공사 간부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9일 전 SH공사 보상총괄부 차장 A씨를 특정경제처벌법법상 사기와 공문서 위조,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토지보상 대가로 A씨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와 부정한 방법으로 영농보상을 받은 C씨 등 총 9명을 함께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SH공사 공공개발사업본부 보상총괄부에서 ‘고덕·강일 공공주택 지구’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신의 처가 토지 소유자로부터 토지매도대금 채권을 양수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토지보상금 15억3670만원을 처 명의 계좌로 받아 가로챈 혐의다.
 
A씨는 또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미국 거주 토지주 B씨의 보상금을 일부러 적게 책정한 뒤 “SH공사에서 수용재결신청을 하면 토지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낮게 책정한 보상금은 34억여원, 최종 보상금은 38억여원으로 약 4억원이 증액됐지만, 이는 토지보상규정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공사 내규 상 3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담당과 부장 전결로 보상금이 지급되는 점을 악용해 인사발령으로 보상규정을 잘 모르는 부장의 결재를 받아 15억원 상당을 가로챘는데도 공사는 2년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고덕·강일지구 토지 보상금 규모가 약 1조1900억원 상당의 거액인데도 A씨 혼자 모든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도 범죄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C씨 등 8명은 고덕·강일지구 내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마치 비닐하우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처럼 ‘농지 임대차계약서, 토지경작 확인서’ 등을 허위로 제출해 농업 영업보상금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SH 공사가 C씨 등에게 속는 바람에 상가분양권·상가부지 분양권까지 지급되면서 그 지역 아파트값 상승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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