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동맹 '삐거덕'…르노삼성 후폭풍 우려

입력 : 2018-11-21 오후 4:53:1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르노와 닛산 간 협력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경우 물량 배정과 '삼성' 이미지 지우기 등 향후 행보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현지시간) 공동명의의 성명에서 "프랑스와 일본 간 산업협력의 상징인 르노와 닛산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곤 회장은 자신의 보수를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총 50억엔(약 501억원) 축소·허위 기재한 혐의로 지난 19일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양국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르노와 닛산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사가 동맹 내에서 주도권을 놓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였다"면서 "르노가 닛산을 합병하려고 하자 닛산이 반발하면서 예상 외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곤 회장 체포 직후 닛산 측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해임안 이사회 상정 방안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사전에 계획된 움직임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 
 
르노와 닛산의 동맹 관계가 악화되면서 르노삼성이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양사의 동맹 악화가 르노삼성의 상표권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올 들어 '삼성' 이미지를 지우고 '르노' 브랜드 강화를 추진했다. 신차 '클리오'와 '마스터' 모두 르노삼성이 아닌 르노의 로장쥬 엠블럼을 부착하고 출시됐다. 아울러 전시장 색상을 기존 파란색에서 르노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변경했다.
 
르노는 지난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연간 매출액의 0.8%를 삼성전자에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 중이다. 계약은 내년 만료된다. 르노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브랜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닛산과의 관계 악화는 '르노'의 독자적 브랜드 출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삼성과의 상표권 계약 해지를 어렵게 만든다.   
 
닛산 로그 물량 배정도 불투명해졌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대미 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생산한 26만4037대 중 로그는 12만3202대로 46.7%를 차지했다. 올해도 10월까지 생산한 19만525대 중 로그가 9만935대로 47.7%의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로그 위탁생산은 내년 9월 종료되며, 이후 후속 물량 배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사안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일본 정부에서도 수습에 나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르노삼성은 물론 국내 자동차 업계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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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