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올 한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포털 사업자들은 상반기 '드루킹' 사태부터 하반기 카풀·택시 갈등 등을 거치며 서비스 일부를 변경하거나 출시 일정을 지연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네이버 댓글 조작 문제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 이슈에서 시작한 논란, 포털 서비스 규제로까지
네이버는 지난 10월 모바일 메인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제외한 네이버앱 모바일앱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시범(베타)서비스 중이며 내년 1분기 중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이러한 결정은 지난 4월 불거진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필명 드루킹을 사용한 김모씨가 불법 매크로(동일 작업을 자동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사용해 네이버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이 드러나 네이버의 뉴스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트 등은 드루킹 특검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뉴스 아웃링크(뉴스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모바일앱을 개편하는 한편 뉴스 알고리즘 검토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이용자 신뢰 회복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앱 개편안을 발표 당시 "3000만 이용자가 주목하는 모바일 첫화면이 큰 변화를 앞뒀다"며 "사람과 정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이라는 네이버 본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모바일 첫 화면에 이용자 사용을 분석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추천' 탭을 신설했다.
지난 14일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서울시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는 하반기 카풀·택시 업계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지난 7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17일 정식 서비스를 예고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택시 노조원 한명이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며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정치권과 여론이 카풀 도입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를 연기하며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네이버 인터넷은행·카카오 콘텐츠, 해외 진출·사업 다각화
국내를 대표하는 두 포털 사업자는 자회사를 통한 해외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지 금융사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내년 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6500만명에 달해 모바일을 활용한 이용자 편의성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네이버의 기술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내년 1월 열릴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외에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등 구글이 지배 중인 유럽 시장에 진출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창현 네이버 CTO가 지난 10월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기술 컨퍼런스 '데뷰 2018'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미국 CES 참가를 소식을 밝혔다. 사진/네이버
카카오의 해외 진출은 콘텐츠 사업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프렌즈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카카오는 지난 7월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프렌즈를 카카오IX로 사명을 변경했다. 앞서 지난 5월 흡수합병한 디자인·브랜딩 회사 JOH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카카오IX는 지난 7월 일본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캐릭터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카카오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IP를 활용한 한류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 부사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사업자들도 글로벌 이용자 확보에 나선 상황이 카카오가 콘텐츠 수익성을 확대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정치권이 과도하게 포털 사업에 개입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진 문제점이 있다"며 "논란이 된 서비스는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됐지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있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포털 사업자가 해외에서 매출 다각화를 노리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내에만 매몰할 것이 아니라 우수 콘텐츠를 들고 해외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카카오프렌즈 매장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관련 상품으로 구성됐다. 카카오IX는 이달 말 일본에서 프렌즈스토어 매장을 연다. 사진/카카오IX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