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전기통신사업법(전기법) 개정안이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타트업 사업자와 전문가들은 개정안에 포함된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가 유례없는 사전규제라며 시행령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1년 시행될 전기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가통신사업자의 현황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자료를 통신망을 이용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만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해당 법에 포함돼 이러한 요구가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부가통신사업자 수는 1만6000여개에 이른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글로벌 대형 IT기업은 일정 수준 성장할 때까지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개정안 시행으로 회사 정보를 외부에 보고하다 보면 정보 유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성장기에 고객수·매출·투자유치 내용 등을 경쟁사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데 실태조사라는 명목으로 자료를 제출하면 정보들이 공개될 것이란 주장이다.
실태조사의 불명확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출 자료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어 사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정미나 정책팀장은 "사업자들도 실태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하지만 실태조사 자료가 어떤 근거로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어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전기법 개정안이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는 사전 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점 우려에 대한 시장지배력 판단은 사후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기간통신사업 등 공공서비스의 기준을 민간에까지 끌어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타트업 가운데 정부가 실시간으로 경쟁상황을 평가할 정도로 독점이 존재할지 의문"이라며 "개정안 시행 전 후속조치로 정부 시행령에 사업자의 조사 거부권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행령 수립 과정에서 우려 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 과장은 "개정안 시행 전까지 조사 대상·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며 "올해 사전 연구를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참석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