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 M&A 대전)③기술력 있지만 '우물 안' K-바이오

제네릭·오너 중심 체제가 걸림돌…국내 M&A, 최근 5년간 10건 불과

입력 : 2019-02-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글로벌 제약공룡들이 세계 무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덩치 불리기에 한창인 가운데 가뜩이나 힘겨루기에서 밀리는 국내업계는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다. 최근 연이은 기술수출과 선진국 품목허가 등의 성과를 거두며 조금씩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지만, 해외 대형 제약사들과의 외형 격차를 좁히기 위해 M&A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양적·질적 측면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제약업계 M&A와 달리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최근 5년 간 국내 제약업계 M&A는 10여건이며, 평균 거래 규모는 2000억원 이하로 대형 계약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가뭄에 콩 나듯 했던 국내 제약업계 M&A지만 소기의 성과들도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5년 1046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웅과 100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한올의 시너지는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십분 발휘되며 손에 꼽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 M&A 기록을 갈아치운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도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2월 1조3100억원을 투입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한 한국콜마는 단숨에 상위 제약사로 발돋움 하는데 성공했다. 연 매출 8216억원(2017년 기준)의 한국콜마와 5137억원의 CJ헬스케어가 더해지면 총 1조3353억원으로 유한양행에 이어 업계 두번째 매출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처럼 눈에 띄는 효과에도 국내 M&A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원인은 업계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 21조원 규모의 영세한 전체 시장에서 대부분의 제약사가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만큼 사업영역 간 시너지 발생이 쉽지 않다. 
 
규제산업 특성상 진입장벽은 높지만 진입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 안주하거나, 세습을 경영목표로 운영돼 온 오너십 체제의 한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M&A보다는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나 기술도입 등을 통해 소극적으로 신약개발 확률을 높이는데 그쳐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좁은 내수시장 한계에 국내업계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전략 수정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를 위해 업계의 전향적 자세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격적 M&A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한 정부 지원정책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산업이 수출시장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선 정책적 해외마케팅과 자금조달이 중요하다"라며 "기업 피로도를 높이는 낡은 규제를 개선한 시스템적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인 국내 제약사 연구원. 사진/종근당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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