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독일 연방대법원이 폭스바겐의 차량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예비 결정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승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연방대법원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소송과 관련해 "폭스바겐이 인증시험을 할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실제 도로주행 시에는 이를 끄는 임의설정 조작을 한 것은 하자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료를 냈다.
이어 "이에 따라 임의설정 조작이 된 차량의 원고가 폭스바겐에게 임의설정이 안된 차량으로 교환해달라는 권리가 인정된다"면서 "원고에 판매한 차량이 이미 모델변경을 해 동일한 차량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경우 폭스바겐은 추가비용이 과도하게 들지 않는 한 신형 차량으로 교환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쾰른 고등법원은 지난달 3일 "원고는 차량의 배출가스 한계수치가 시험모드에서만 준수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해당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피고는 불법적 차단장치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는 아무런 경제적 손해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서 "피고의 기망을 인정하고 임의설정 조작 소프트웨어 사용은 불법적인 차단장치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예비 결정을 공개하면서 국내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뉴시스
국내 피해 차주를 대리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그동안 독일에서도 임의설정 조작이 하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판결이 엇갈렸지만 연방대법원의 방향 제시로 폭스바겐이 하자담보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젤게이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6부는 다음달 18일 6차 변론기일을 가진 후 상반기 내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9월 말 디젤게이트 소송이 처음 제기됐으며, 4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관련 민사소송 1심 판결이 나지 않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2년간 국내시장에서 개점휴업하다가 지난해 4월 초 복귀했다. 당시 르네 코네베아그, 마커스 헬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공동 총괄사장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내 판매재개를 앞두고 '말 뿐인 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법무, 인증, 컴플라이언스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헬만 사장은 지난해 10월 독일 본사 상용차 비즈니스 법무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그룹은 독일에서 불리한 판결이 날 것 같으면 원고가 전격 합의를 하면서 수습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마저도 안하면서 한국과 한국 고객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독일 판결이 국내 소송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