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 모비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완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양사 대표이사로 선임된다면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지난 15일 주총에서 정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오는 22일 각각 주총을 열어 배당 안건 및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최근 글래스 루이스 ISS 등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를 비롯해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 권고를 발표했다. 현대차 지분 8.7%, 모비스 지분 9.45%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현대차, 모비스 제안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정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하면서 "그룹의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해 정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해 체제를 강화한 정 부회장이 최근 기아차 사내이사에 이어 현대차, 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된다면 그룹 전면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2일 주총 이후 그룹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정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현대차그룹의 리더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실패를 계기로 주주,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했고 엘리엇은 과도한 배당 제안으로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주총 이후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한 개방형 혁신 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8일 그룹의 IT서비스 기업인 현대오토에버가 상장된다면 그룹 내 순환출자구조 해소 및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몇년간 지지부진했던 그룹 사안들이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9년간 갈등을 벌였던 기아차 통상임금 사안이 지난 14일 노사 간 합의안 도출과 조합원 찬반투표 통과로 해결됐다. 그룹의 역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도 2014년 한전 부지 매입 후 정부 인허가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지난 1월초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현재 국내외 투자자들과 공동개발을 타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앞으로 정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룹 경영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업계가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차, 미래 모빌리티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현대차그룹도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과거 기아차 대표 시절 적극적인 해외 인재를 영입해 디자인 경영에서 성과를 냈고 최근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정 부회장이 미래 자동차 시대에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 사내이사 선임 등은 정 부회장이 더욱 책임을 갖고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22일 주총 안건 통과를 위해 주주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