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여 및 공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허익범 특검 측은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19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등 혐의를 받는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고, 김 지사 측과 허익범 특검 측의 쌍방 항소 요지 개요를 청취했다.
김 지사측의 항소 이유는 크게 △김동원(필명 드루킹) 진술의 증거력 부족 △드루킹과의 공모 및 적극 가담사실 부정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법리오인 △양형 부당 등이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동원의 댓글 조작프로그램, 소위 ‘킹크랩’의 개발과 운영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라면서 “특검이 제출한 핵심 증거는 김동원과 그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서 진술을 맞춘 것으로 드러나는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들의 전문진술이나 간접진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동원은 피고인을 공범으로 얽기 위해 여러 가지 거짓말을 했고 그 일부는 명백히 거짓임이 드러나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킹크랩은 피고인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기 보다는 김동원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동원이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하고자 ‘피고인을 위해 개발했다’고 하고, ‘피고인이 모두 알고 있었다’고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2016년 11월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이 없다”면서 “원심이 인정한 네이버 로그기록이 증거가 되려면 시연시간이 그와 일치해야 하지만, 오히려 로그한 때 시연이 아니라 브리핑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사 목록을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선플운동’ 정도로 인식해 목록을 보냈을 뿐이다. 피고인이 보낸 목록의 상당수는 댓글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등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댓글작업은 특정 후보에 대한 댓글이 아니라 뉴스에 대한 찬성·반대 의사표시인데, 이런 행위가 특정 방향의 정치적 여론 형성을 의도한 것인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특정인의 낙선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영사직 제안에 대해 원심은 ‘사전 이익제공의 의사표시’로 본 것 같은데, 장래에 댓글작업이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없고, 이를 지방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원심 판단은 선거운동에 관한 법리를 오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변호인은 원심 판결 전반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인다’ 또는 ‘보이며’ 라는 표현이 150회 이상 나오며, 이는 원심이 결론을 만들고 여러 정황사실을 결합시켜 결론적으로 실체적 진실과 다른 결론이 나왔다고 보인다”며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거리가 먼 유죄추정에 입각한 판단으로서 잘못된 재판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점, 온라인 여론의 신뢰성을 훼손해 헌법가치를 훼손해 피해의 심각성이 큰 점, 동기가 불량할 뿐 아니라 다수의 댓글에 대해 이뤄진 범행이라는 점, 공직선거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 역시 위법성이 중한 점, 피고인의 범행이 정당과 국정운영을 것이라는 건 가중처벌 사유로 고려됨이 마땅하다는 점, 피고인은 김동원 요청에 응한 것 뿐 아니라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가담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날 특검과 김 지사측의 항소요지 청취에 앞서 1심 판결 이후 정치권과 김 지사의 지지자 등 각계에서 이뤄진 판결 불복과 재판부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작심한듯 입장을 밝혔다. 차문호 부장판사는 “벌써부터 재판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판을 해오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다. 문명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재판부는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법정에서 나오는 한정된 증거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 부장판사는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우려가 있다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지금이라도 기피 신청을 하라”면서 “오늘이 아니더라도 향후 재판 진행 관련 우려가 있으면 언제든 신청하라”고도 말했다. 그는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는 법정 밖이 아니라 법정 안에서 답을 찾아나가자”면서 “검사도 피고인도 모두 피고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2차 공판기일을 열고 항소 이류를 추가 청취한다. 김 지사가 도정공백 등을 이유로 신청한 보석 인용 여부는 2차 이후 공판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의 킹크랩 개발과 운용을 허락하고 댓글 조작 활동에 가담한 혐의(컴퓨터등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1월 1심에서 공모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무죄를 주장해온 김 지사 측은 재판 다음날 바로 항소장을 제출했고, 특검도 일주일 뒤 항소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