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5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 교섭 대표는 사퇴했고 노조도 부분파업을 재개하면서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칫 내년 신규 물량을 받지 못한다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노조는 10일과 12일 오전, 오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선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노조는 총 56차례, 226시간의 부분파업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한 손실규모는 2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25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교섭에서는 사측 협상을 담당하던 이기인 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부산공장 초창기때부터 제조본부를 이끌어 왔다”면서 “현재 회사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호소하기 위해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말 2차 집중교섭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최근 도미닉 시뇨라 사장을 만나 면담 후 사표를 제출했다.
노사는 특히 인사 경영권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8일 20차 교섭에서 전환 배치, 인원 투입 등 현재 협의로 돼있는 인사 경영권을 노사 합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이전 단협에는 분사 및 배치전환이 합의로 규정됐지만 협의로 바뀐 이후 사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 및 강제 전환배치를 통해 인력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외주화에 따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고용보장이 지켜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사가 25차례 임단협 교섭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파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측은 프리미엄 휴가 제도를 활용해 이달 말 3~5일 정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부산공장에서 생산해야 할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부분파업을 지속한다면 단체 휴가를 통한 일시적인 공장 가동에 나설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회사의 위기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은 오는 9월 위탁생산 기간이 만료되는데다가 닛산은 최근 르노삼성에 생산량을 연간 10만대에서 6만대 수준으로 낮출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내년 부산공장에서 생산이 유력했던 ‘XM3’의 배정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달 28일 ‘2019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XM3는 내년 상반기쯤 ‘메이드 인 부산’으로 만날 수 있으며, 기존 SM6, QM6에 이어 르노삼성의 대표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내홍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르노그룹은 내년 XM3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21만5680대를 생산했고 이 중 닛산 로그 물량은 10만7251대로 49.7%를 차지했다. 만약 로그 물량 재배정이 무산된 상황에서 XM3 물량 확보에도 실패한다면 부산공장의 생산규모는 10만여대로 급감하고 최악의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르노그룹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 인사권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르노그룹은 수차례 노조에 최후통첩을 했으며, 현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더라도 물량 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지엠의 경우 군산공장 폐쇄 이후 일부 인원은 부평, 창원공장에 배치됐지만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1곳 밖에 없어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