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4년 1315대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3만1154대로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주요 업체들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영석 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시 전기차 1호 운전자이기도 하며, 전기차 충전 플랫폼 전문기업 ‘차지인’을 설립해 충전용 콘센트 등을 개발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최 교수와 만나 향후 전기차의 인기 요인과 향후 전망은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등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 사진/김재홍 기자
올해 들어 국내외 업체들의 전기차 출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재규어는 1월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I-PACE’를 선보였고 2월에도 기아자동차는 ‘쏘울 부스터 EV’, 닛산은 ‘신형 리프’를 출시했다. 환경부도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4만2000대로 설정하면서 전기차 보급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 교수는 “현재 전기차 인기 추세를 감안하면 4만2000대도 모자랄 것으로 보이고 2021년에 글로벌 전기차 라인업은 100종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벤츠의 친환경차 브랜드 ‘EQ’를 비롯해 테슬라, 폭스바겐 등의 전기차 라인업이 국내에 하반기쯤 출시된다면 5만대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아차는 상반기쯤 니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인 ‘더 뉴 니로’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벤츠는 EQ의 첫 순수전기차 ‘EQC’를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으며, 테슬라도 하반기 ‘모델3’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업체들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배경에 대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이미 형성 단계를 넘어섰으며, 보급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면서 “전기차의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소형 차량은 전기차로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형 차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대형 트럭은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가 지난 3월 선문대에 자율주행차 플랫폼 10대를 기증했다. 사진/최영석 선문대 교수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과 관련해 이웃 간 갈등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려면 충전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예전에는 전기차를 소수의 인원만 구입했지만 보급이 확대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것도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전기차가 활성화 된 제주도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전기차 수가 늘어나면 합리적인 방안이 논의 될 것이고 인프라 문제도 점차 보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서울시 전기차 1호 오너다. 그는 “지난 2013년, 전기차 데이터 분석에 대한 요청을 받아서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 데이터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전기차를 계속 보면서 ‘나하고 잘 맞겠는데’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주변의 권유도 있어서 이듬해 구매를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전기차를 구입하니 장점이 많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하루 주행거리가 80km 정도였는데, 전기차 ‘BMW i3’는 당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20km여서 집에 충전시설만 마련하면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매월 기름값이 50만원가량 들었지만 i3를 타고 나서는 3만원 이하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최 교수는 보조금이 다소 감소해도 전기차의 인기돌풍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기차에 대한 국비 지원금은 최대 900만원으로 지난해 1200만원에서 300만원 줄었다.
그는 “BMW i3를 처분하고 2년전 한국지엠 전기차 ‘볼트 EV’를 구매했는데 당시 보조금은 2000만원이었고 3140만원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현재 이 차량의 중고 시세는 2900만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년, 5만km를 탔지만 감가는 240만원에 불과하며, 일반적으로 신차의 경우 이 조건에서 30~40% 감가되는 것과 대조적”이라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보조금이 조금 줄어도 전기차 보급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가 많은 장점이 있지만 최 교수가 구입했던 2014년 당시에는 현재보다 관련 인프라가 열악했다. 아울러 전기차를 타면서 경험했던 여러 불편점들은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지난 2016년 4월 전기차 충전 플랫폼 회사인 ‘차지인’을 설립했다. 사명에는 충전하다의 ‘Charging’과 결제하다의 ‘Charge’의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그는 “전기차 충전을 하러 갔는데 아무리 해도 충전이 이뤄지지 않아 확인해봤더니 충전기계의 전원 스위치가 내려가 있었다”면서 “당시 제가 충전 1호 고객이다보니 관리 회사에서도 테스트를 할 방법이 없었고 아무도 사용을 하지 않아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보급 초기이고 관련 시설을 처음 만들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어났던 사건”이라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보이면서 결국 회사를 차렸는데, 과거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단말기 프로세스를 개발한 적도 있고 차량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한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회상했다.
최 교수는 회사 설립 이후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개발에 착수해 2017년 10월 개발을 완성했다. 전기차 충전형 과금형 콘센트는 220V 전기 콘센트에 과금 기능을 탑재한 일종의 ‘전기 자판기’ 개념이다. 아파트, 빌딩 등 주요 주차장에 설치된 콘센트를 전기차 충전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 공급과 판매는 한국전력만 할 수 있다는 조항때문에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 1호로 지정돼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
그는 “정부에서 제품에 대한 법정계량기 인증 테스트를 요청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출시를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확실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완성차 업체는 물론 지자체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카자흐스탄 업체와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해 다음달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개최된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 창립총회에서 최 교수의 모습. 사진/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
최 교수는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가 보급되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이른바 ‘도둑전기’인데, 돈을 내고 충전을 하고 싶어도 정산 및 과금을 할 수 없어 무단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면서 “이같은 점은 과금형 콘센트를 통해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말까지 플랫폼 제품의 개발을 마무리해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카자흐스탄은 물론 베트남, 태국, 코스타리카, 페루 등이 타킷 시장이며, 점차 지역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카셰어링 등 공유경제도 전기차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강원도 지역을 왕복한다면 가솔린차로는 연료비용만 10만원가량 소요되지만 전기차는 2만원이면 충분하다”면서 “전기차는 톨게이트 50% 할인 혜택이 있어 전기차 카셰어링 비용이 더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