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오는 24~25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보강하고 신차를 앞세워 실적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조2373억원, 7702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3.6%, 13.1% 증가했지만 1분기에도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차는 2017년 1분기 1조2508억원, 2분기 1조3445억원, 3분기 1조2042억원 등 1조원이 넘는 실적을 이어왔다. 하지만 4분기 7752억원을 기록한 후 2018년 1분기 6813억원, 2분기 9508억원, 3분기 2889억원, 4분기 5011억원 등 5개 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연간 영업이익 추세를 살펴봐도 2015년 6조3579억원에서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47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는 2조4222억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률도 2015년 6.8%에서 2018년 2.5%까지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2월 말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22년 영업이익률 7%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중장기 전략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조기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3.3%에 불과해 목표달성을 위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기아차의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12조8916억원, 영업이익 45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6%, 47.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보다는 긍정적이지만 역시 예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6년 1분기 6336억원, 2분기 7709억원, 3분기 5247억원, 4분기 53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7년 4분기 이후 3000억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게다가 기아차의 올 1분기 예상 실적에는 통상임금 1심 패소로 지난 2017년 3분기 1조원 가량 쌓았던 충당금 환입 효과가 반영됐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SUV ‘텔루라이드’ 출시에 따른 판매 증가 외에 지난달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에 합의하면서 충당금 환입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인식시점에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올 하반기까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은 3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서는 벗어나더라도 완연한 실적 개선을 이루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공장은 다음달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갈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글로벌 판매 167만517대로 전년 동기(169만5763대)보다 1.5% 감소했다. G2 시장 중 미국에서는 1분기 28만8383대를 팔아 4.5% 증가했지만 중국에서는 21만6184대로 11.6%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중국의 자동차 산업수요가 감소하는 등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시장의 정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회복을 위해 지난 19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와 북미와 중남미를 총괄하는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닛산의 전사성과총괄(CPO)을 역임한 호세 무뇨스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무뇨스 신임 사장은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시작해 1999년 토요타 유럽법인의 판매·마케팅 담당을 역임한 후 2004년 닛산에 합류했다. 그는 다음달 1일부터 합류해 글로벌 실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