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기초체력 강화’ 전략이 진행형이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프로젝트와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회사로 변모하겠다”라며 “기술력 중심의 회사가 되도록 역량을 집중하자”라고 전 임직원에 당부했다. 또한 “기초체력을 강화해 경쟁우위를 창출하자”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하는 내실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각 사업부문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효율 개선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주주총회에서도 방점을 ‘기초체력’에 찍었다.
올해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실적은 그러나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돌았다. 삼성물산이 지난 24일 공시한 1분기 연결재무제표기준 잠정영업실적에 대해 어닝쇼크(예상치보다 저조한 실적)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개선된 패션, 리조트와는 달리 건설과 상사부문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은 지난해 1분기에 영업익 158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040억원에 그쳤다. 34.2% 감소한 수치다. 매출도 전년 동기 2조9950억원보다 2.6%인 770억원 줄어 2조9180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의 부진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의외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1조 클럽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견인한 동력이 건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상사, 패션, 리조트 부문의 영업익이 모두 직전년도인 2017년보다 감소할 때 건설만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내실을 꾸준히 다지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삼성물산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95%였지만 이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88%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2%포인트 더 떨어져 86%까지 내려갔다. 총차입금도 지속적인 감소추세다. 2017년 6만314억에서 지난해 1만5000여억원 감소해 4만5166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약 3000억원 줄었다.
이 사장의 ‘재무통’ 역량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1985년 입사한 이후 기업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등에 몸을 담았다. 또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 등을 거쳤다. 그간 쌓아온 재무관리 경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추후 해외사업 실적 회복 여부는 연간 실적을 좌우할 관건이 된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올 1분기 건설부문의 실적을 끌어내린 원인은 일시적인 악재에 그친다. 호주와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프로젝트의 중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7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지만 일회성 비용이다.
삼성물산은 일단 올해 건설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10조7000억원에서 9.3% 가량 늘린 11조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해외 수주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핵심시장에서 베트남 등의 인접국가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LNG플랜트 등 상품을 다각화해 목표 액수에 한발짝 다가서려 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도 관전포인트다. 삼성물산은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이 진흙탕 경쟁이라는 점을 우려해 지난 2016년부터 도시정비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초 사업비만 약 8000억원에 달하는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사업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주택 시장에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구로구 일대의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정비사업에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등 재건축 현장을 살피고 있다. 다만 강남 등 알짜 재건축 단지의 사업추진이 지연되면서 도시정비사업에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워질 거란 우려도 공존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건물. 사진/삼성물산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