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8일만에 전면파업을 전격 철회했다. 노사 간 ‘강대강’ 대립 구도는 완화됐지만 르노삼성이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12일 오후 3시30분 전면파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날부터 야간조 운영을 중단하고 주간조만 운영하는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백지화했다. 앞서 노조는 사측과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실무자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렬되자 5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파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었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지난 11일 부분 직장폐쇄를 공고하면서 노조가 불법파업을 자행한다고 비난했다”면서 “노조가 쟁의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 행동권이며, 오히려 사측이 비정상적인 요구를 해오면서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전면파업으로 부담을 주는 것이 조합원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일정 조율을 위한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점차 하락하는 파업 참가율이 노조의 전면파업 중단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11일 기준 부산공장에 근무하는 주·야간조 조합원 1850명 중 1164명(62.9%)이 정상 출근했다.
또한 연구개발(R&D) 조직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사원대표위원회 등이 노조의 강경 방침에 반발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사원대표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서에서 “노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는 요구를 했다”면서 “이는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이며, 노사는 즉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파업을 철회했지만 정상화까지는 갈 갈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을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부품업계가 한계상황에 이른 점도 노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조가 전면파업 등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노노갈등’이 야기됐다”면서 “파업 참가율이 30%대까지 하락하면서 노조가 파업 동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르노삼성이 대내외 악재를 해소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우선 지난해 6월 시작한 임단협은 1년이 지나도록 타결을 짓지 못했다. 지난달 16일 노사가 극적으로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51.8%의 반대로 부결됐다.
향후 교섭에서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양측이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가 합의를 이루더라도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과거 제시했던 데드라인인 3월8일을 3개월 이상 넘기게 된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르노삼성의 올해 5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2만89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출 실적도 3만8216대로 45.6% 감소했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도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만약 르노삼성이 ‘XM3’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지금 당장 임단협 타결을 해도 ‘XM3’ 등 본사로부터 신규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르노삼성의 신차 라인업도 부족해 판매량 증가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