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부터'…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속도'

'트레일블레이저' 부평공장서 연내 생산…창원공장 투자 등 합의사항 준수
"올해 손익분기점 맞추고, 내년부터 흑자 목표"

입력 : 2019-06-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발표한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창원공장에 투자를 단행하는 등 경영정상화 합의사항을 지키면서 신뢰회복에서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빠르면 연말 부평1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GM은 지난달 말 트레일블레이저의 디자인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내년 GM 브랜드의 글로벌 제품 라인업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 사이의 차급이다. 또한 지난 2016년 ‘말리부’ 이후 3년만에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다.  
 
한국지엠은 올해 가을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3월 말 ‘2019 서울모터쇼’에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하반기 출시를 확정지었다. 트래일블러이저가 국내에 선보이게 된다면 한국지엠은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이쿼녹스-트래버스’의 SUV 풀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는 국내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하반기 출시될 트래버스, 콜로라도와 함께 국내 시장을 위한 핵심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지엠의 볼륨 모델은 스파크, 말리부, 볼트 EV 등이며,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아베오 등이 단종되면서 라인업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SUV와 픽업트럭 출시로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이 빠르면 연내 '트레일블레이저'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사진/한국지엠
 
또한 한국지엠은 지난달 27일 창원공장에서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한 도장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신축되는 도장공장은 6만7000㎡ 면적 규모의 3층 높이로 건설되며, 시간당 60대의 차량 도장 작업이 가능하다. 주요 공정의 전 자동화와 환경 친화적인 설비 구축 등 품질 확보를 위한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다. 
 
이번 도장공장 착공은 GM이 한국에 배정한 차세대 글로벌 제품의 생산 및 연구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의 일환이다. 지난해 5월 정부와 GM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했고 GM은 한국 및 주요 수출 시장을 겨냥한 신형 소형 SUV와 신형 CUV 제품의 생산을 이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생산과 이번 도장공장 착공 모두 경영정상화 합의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물론 국내 철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신뢰를 회복해 가면서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내년부터 흑자를 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지엠은 지난해 2월13일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이후 철수설 등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받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9만3317대로 전년(13만2377대)보다 29.5%나 감소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실적은 2만9810대로 전년 동기(3만2968대)보다 9.6%나 줄었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3월 희망퇴직 접수에는 군산공장 전체 직원 2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신청했으며, 부평과 창원공장까지 합치면 2500여명 규모에 달했다. 군산공장은 결국 지난해 5월31일 폐쇄됐으며, 희망퇴직 미신청자 612명 중 200여명은 부평과 창원공장으로 전환 배치됐다. 나머지 400여명은 3년간 무급휴직을 적용한 뒤 정년퇴직 등 결원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배치되면서 현재 300명가량 남았다. 
 
 
한국지엠 노사가 지난해 4월 말 경영정상화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법정관리 위기를 넘겼지만 7월 말 사측이 연구개발(R&D) 분야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갈등은 심화했다. 특히 노조는 이를 두고 “구조조정의 사전 포석”이라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2일 한국지엠 신설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가 출범했지만 노사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조는 사측이 신설법인에 단협이 승계되지 않자 4월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고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포에서 82.6%의 찬성으로 가결돼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한 점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파크, 말리부, 카마로 등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등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철수설에 대한 우려는 많이 낮아졌다”면서 “올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면 내년부터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도 “현대차의 선호 현상과 수입 브랜드의 인기 열풍 등으로 한국지엠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며, 신차의 가격 결정이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도 “본사의 물량 확보조차 불투명하고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은 르노삼성에 비해서는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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