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애초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이 늦춰졌다. 국세청은 이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시행하겠다며 선회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5월31일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주류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주류 공급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리베이트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준 자와 받은 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는 시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정안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그동안 지급되던 판매장려금과 주류대여금 등을 금지하면 할인 등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없어 주류 가격이 오르고, 영세 자영업자의 창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외식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주류 시장의 판매장려금과 주류대여금 등은 리베이트이며, 이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이러한 리베이트 지급이 만연했지만, 엄연한 불법이다. 시장의 어려움 때문에 불법을 유예해 달라는 것은 명분이 될 수 없다. 불법에 기대 시장이 유지돼 왔다면 이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금지 규정을 더 명확히 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까지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무조건 금품 제공을 차단하는 것도 아니다. 위스키는 금품 제공을 일부 허용하고, 가격 허용 기준 내에서는 술잔, 앞치마, 병따개 등 소모품은 제공해도 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국세청은 예정대로 이번 개정안을 속히 시행해야 한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완벽한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지난 20여년 동안의 관행을 멈추는 것이 일부에는 부작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부작용은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치는 단계로 일시적인 불편함이지, 결코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불법을 근절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면 시장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더는 리베이트를 빌어 사업하지 않아도 된다. 불법을 근절하고,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명분은 없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