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안으로는 주택 규제, 밖에선 수주 부진이다. 전반적인 먹거리 흉년이다. 건설이 수주산업인 점을 고려하면 일감 실종은 건설사엔 치명타다.
그러나 산업 불황을 타개할 방안이 없는 게 아니다. 과거의 성장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 동력을 확보하면 된다.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게 어려운 일이다. 국내선 주택 도급, 해외선 플랜트 시공으로 성장해온 경험과 리스크 기피가 건설사의 체질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정비사업 수주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형사와 중견사가 정비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주택 도급으로 성장해온 경험 탓이다. 과거 관성이 남아있다는 대형 건설사의 고백은 이런 한계를 드러낸다.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국내 건설산업 불황의 원인이라는 업계의 하소연은 이해는 가면서도 공감은 어렵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예년보다 못한 수주 규모에 “과거 저가 출혈 경쟁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플랜트 시공 수주에선 우위에 있지만 이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분야를 따내기 위한 역량 향상에 힘 쏟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플랜트 설계가 외국계 건설사와 발주처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곤 하지만 이를 뚫으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가격 경쟁력이 무기인 중국 업체들이 플랜트 시공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은 더 크다. 저가 경쟁에 따른 손실을 계기로 시공 위주 수주에서 벗어나려는 반성을 해야 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때론 과감하게 발을 내디디며 경쟁력 개선을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시장 원리다. 체질 개선 없이 규제를 풀어 달라며 주택 도급으로만 수익을 확보하려는 모습은 떼쓰기에 가깝다. 미래 투자는 제쳐두고 현재와 과거 관습에 안주하려는 모양새에 그친다.
국내 한 대기업 총수는 위기 속에서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국내 건설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산업 불황을 극복하려면 건설사들이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건설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