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분기 계열사 실적호조와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합의로 한숨 돌렸다. 이에 따라 남은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한일 경제전쟁 등의 이슈로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19일부터 23일 북미, 아시아, 유럽 지역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방문 IR을 실시했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9일 신라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영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차가 올 2분기, 7분기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에 복귀했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전년 동기 대비 호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현대차 노사가 예상보다 빨리 임단협 잠정합의를 성사시키면서 현대차그룹의 당면 과제로는 지배구조 개편이 남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와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후 현대차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3월 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되고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재추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최근 한일 경제전쟁 등 글로벌 악재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시점 및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개편이 연내 마무리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전에 개편안이 발표되도 올해 안으로 끝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상황을 보면 내년 초에 개편안이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이 심화되는 점도 개편안 공개 시점이 미뤄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규제로 현대차그룹은 수입선 다변화 및 핵심부품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수개월 간의 검증 과정과 비용 부담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은 다소 미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합병비율이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비율만 수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실패를 거울 삼아 개편과 관련해 소통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무산되면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고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