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10년 의지' 디자인 경영 가속화

세계적 디자이너 람보르기니 출신 필리포 페리니 영입
지난 7월 GM·BMW 거친 서주호 디자이너 이어 올해 세 번째
기아차 사장 시절부터 표방해온 '디자인 경영' 의지 확고 확인

입력 : 2019-09-09 오후 5:09:5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디자인 경영'에 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도 글로벌 업체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에 나선 것. 이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0여년전 기아자동차 사장 시절부터 표방해온 ‘디자인 경영’을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알파 로메오, 람보르기니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온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선행디자인스튜디어 총책임자 상무로 영입한다고 9일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에 합류하게 될 페리니 상무는 한국의 제네시스디자인실과 협업해 미래 고급차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할 제네시스 선행 디자인 개발을 책임지게 된다.  
 
페리니 상무는 고급차 및 고성능 스포츠카 디자인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쌓아온 세계적 디자이너로 꼽힌다. 1995년 알파 로메오에 입사했고 2003년에는 폭스바겐그룹을 자리를 옮겨 아우디 ‘A5 쿠페’, ‘TT 콘셉트카’ 등의 디자인을 개발했다. 2004년 람보르기니 디자인 책임자로 선임됐고 2006년에는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책임자로 임명돼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을 선보이며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람보르기니 출신 필리포 페리니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달 6일에는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수석디자인 총괄인 카림 하비브를 기아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하비브 전무는 벤츠, BMW 등을 거쳐 2017년 인피니티로 자리를 옮겨 수석 디자인 총괄을 맡아 'Q인스퍼레이션' 등의 디자인 개발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제너럴모터스(GM), BMW 등에서 디자인 경험을 거친 서주호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영입했다. 서 상무는 1999년 GM그룹에 입사했고 그가 외장 디자인을 맡은 GMC의 콘셉트카 ‘그래니트(Granite)’는 2010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디자인’에 선정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2년 BMW로 자리를 옮겨 선행 디자인을 담당하며, BMW ‘X5’, ‘X6’, ‘3시리즈’, ‘8시리즈’ 등의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5년에는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의 창립 멤버로 이직, 최근까지 NIO 상하이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10여년전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정 수석부회장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과도 맞닿아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이던 지난 2006년, 삼고초려 끝에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경영담당사장(당시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을 영입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K5’ 등 K시리즈에 접목했다. 기아차의 디자인은 기존에 다소 투박했지만 그의 합류 이후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이 구축됐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4년 말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담당 사장(당시 BMW M 부사장) 영입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 등 그룹을 대표하는 고성능 브랜드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비어만 영입 이후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브랜드 ‘N’을 출시했고 ‘벨로스터 N’, ‘i30 N’ 등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 담당 부사장(당시 벤틀리 수석디자이너)은 2016년 현대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됐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푸조 및 폭스바겐그룹에서 대중차, 고급차, 슈퍼카 디자인을 모두 경험한 스타급 디자이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상품본부부사장(당시 BMW M 북남미 사업총괄)은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고성능차 및 모터스포츠 사업,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직접 영입한 외국인 전문가를 중용하면서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의 디자인 수준이 몇 단계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MK(정몽구 회장)에 비해 유연한 스타일이며, 상대적으로 디자인, 고성능 모델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차량의 디자인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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