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통상 지방자치단체나 기초단체와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상수도 계량기 검침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포항시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검침원 A씨에 대한 부당해고를 구제하라는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포항시는 2003년 4월부터 상수도 계량기 검침 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고 1~2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하며 14년여간 검침원으로 일해 온 A씨에게 2017년 3월 돌연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A씨가 14개의 검침 전수에 대해 매달 1회씩 해야 하는 계량기 검침을 하지 않은 채 단말기에 임의 값을 입력해 상수도 요금이 잘못 부과돼 시에 1200여만원의 손해를 끼치고, 400여만원 상당 초과 부과로 민원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면서 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았다. 지노위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구제신청의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취지로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징계사유는 정당하지만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해고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포항시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매월 지급받은 위탁수수료 총액은 129만원의 검침대행료와 교통통신비 10만원으로, 마치 고정급과 같다고 봤다. 또 4대 보험은 가입하지 않았지만 시가 검침원들에 대해 체결한 상해보험에서 검침원들의 지위를 '피고용인'으로 정한 것도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계약 해지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고 봤다. 검침원 취업규칙상 위탁 취소 시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절차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포항시와 14년여간 위탁계약을 맺고 상수도 계량기 검침원으로 일해온 A씨가 돌연 통보받은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