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이 올해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내수실적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조의 파업 변수까지 겹치는 악재를 맞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18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개최해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추석연휴 직전인 9~11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고,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도 가결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면서 “우선 사측과 대화를 모색하겠지만 사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는 올해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5월 말 상견례를 가진 후 교섭장소를 두고 40여일 동안 대립했다. 또한 지난달 13일 8차 교섭을 가진 후 노사는 협상 테이블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의 성과급, 사기 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내용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사측은 현재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분파업 기간 중 한국지엠 부평공장 모습. 사진/한국지엠 노조
그 외의 쟁점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 노조는 사측에 내수시장 확보방안, 부평공장 및 창원공장 생산물량 확보 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확약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8월까지 내수 누적판매는 4만8763대로 전년동기(5만8888대)보가 17.2% 감소했다. 쌍용자동차(7만2695대)는 물론 르노삼성자동차(5만2585대)보다도 뒤쳐진 실적이다. 수출도 23만8777대로 3.6% 줄었다. 특히 수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레저용차량(RV) 누적실적은 15만4274대로 전년동기(16만3349대)보다 5.6%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위기 탈출을 위해 지난달 말 픽업트럭 ‘트래버스’, 이달 초 대형 SUV ‘콜로라도’를 연달아 출시했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해 미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차 포지셔닝을 취해 가격 경쟁력 확보를 모색했다.
미국 GM 노조의 파업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미국 GM 노조 파업이 변수로 떠올랐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물량을 생산해서 국내에 들여오는데, 자칫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조합원 약 4만8000명은 15일(현지시간) 밤 11시59분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당장 물량 수급에 차질은 없더라도 파업이 지속되면 한국지엠의 판매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편, 11월 예정된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도 변수로 거론된다. 선거 기간 등을 감안하면 현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다. 10월부터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차기 집행부가 구성되고 교섭이 재개되기까지 1~2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예전부터 준비해온 콜로라도, 트래버스 출시 등 판매회복에 나선 시점에서 노사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갈등을 빨리 마무리해서 위기극복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