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칼럼에서 사춘기 반항과 적대적 반항장애를 구별해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 사춘기가 되면 덩달아 반항장애 또한 증가하기 마련이다
. 이때 부모들은 사춘기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 물론 사춘기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항적 경향은 나이가 들고 성숙해짐에 따라 감소하게 된다
.
그러나 적대적 반항장애 상태로 들어가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사춘기가 지나며 진정되기보다 증세가 더욱 심해져 품행장애나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고착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사춘기 때 반항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아이들이라면 적대적 반항장애가 있는지 엄격하게 구별해보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치료계획을 가져야 할 것이다.
DSM-5에서 정리한 적대적 반항장애 진단기준을 간단히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화난 기분과 이자극성, 논쟁적이고 반항적인 태도 또는 보복적인 태도를 보이는 양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행동 장애가 사회활동에 기능적으로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의학적인 기준은 되지만 생활속에서 고민하는 부모가 쉽게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모입장에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간단히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아이의 반항행동에 공포감을 느낀다면 이미 사춘기적 반항 상태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반항 행위가 부모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는 정도의 행동을 의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의 대부분은 아이의 증세가 엄마를 상대로 시작된다. 아빠나 선생님보다는 비교적 손쉬운 대상자이기 때문에 엄마를 상대로 한 위협적인 수준의 반항적인 행동까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고, 기물을 파손하는 정도의 행동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정도 차이를 막론하고 아이의 행동으로 부모가 위협감과 공포감을 느낀다면 이는 이미 폭력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사춘기 반항행위는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있기에 도덕적으로 붕괴된 수준으로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합리적인 성찰과 조정을 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한가를 살펴 봐야한다. 만일 아이가 자기 성찰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부모가 교정을 시도할 자신조차 없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춘기적 반항장애는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기에 갈등은 일시적이며 의견 차이 또한 구조적이지 않다. 부모가 일방주의적인 훈계태도를 수정하여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적대적 반항장애 상태의 아동들은 이런 합리적인 성찰과 합리적인 대화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장 초기 발생하는 경우는 자신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성찰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끔 폭발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고 점차 합리화 경향을 보이는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보다는 문제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성찰이나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는 부모가 자력으로 해결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기에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