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이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르노삼성은 7일부터 생산량 감산에 돌입하면서 구조조정, 인력 재배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올해 노사 간 지속적으로 대립했던 한국지엠도 이번주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총파업 돌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이날부터 부산공장의 시간당생산대수(UPH)를 60대에서 45대로 25% 줄였다. 감산을 하면서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사는 이르면 오는 10일 교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르노삼성이 감산에 나선 이유는 당장 내년부터 ‘생산절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9월 누적 기준 내수는 6만40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에 그쳤지만 수출은 6만9511대로 36.5%나 급감했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은 오는 12월로 종료된다. 올해 위탁생산 물량은 6만대인데 지난달까지 5만2000대를 생산해 앞으로 1만대도 남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5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임금피크 대상자가 아닌 직원은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36개월치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수십명만 신청해 당초 목표였던 400명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측이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7일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인력 재배치 등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1일 법원에 회망퇴직과 UPH 다운, 배치전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주재정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희망배치를 받더라도 어느 라인에 가는지 등에 대해서 사전에 통보받아야 하는데 그런 설명이 없이 일방적으로 발령받는다는 불만들이 노조에 접수되고 있다”면서 “사측이 나이 많은 조합원을 의도적으로 선정해 힘든 라인으로 보내 희망퇴직을 유도하려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 교섭 요청을 사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아 대화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만약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회사는 전환배치 및 감산 관련 계획을 모두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르노삼성 측은 “전환배치나 구조조정 등의 사안은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최근 총파업 가능성이 재점화하고 있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임한택 노조지부장이 지난달 30일 전격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카젬 사장은 임 지부장에 글로벌 GM 경영자회의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보고했으며, 본사에서 답변을 받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4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모습. 당시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노조는 같은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성실교섭 촉구기간으로 설정하고 파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기간을 하루 앞둔 7일에도 노사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GM 본사에서 한국지엠 노조의 요구안 중 일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추측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살펴보면 1인당 연간 2000만원 규모로 분석된다”면서 “사측이 연간 2000억원가량 부담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원만한 해결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노조는 회사 제시안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만약 제시안이 성의가 없을 경우 8일 쟁대위를 개최해 총파업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사측은 이 점을 충분히 인지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아직 교섭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대화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교섭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