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비사업장이 소송으로 얼룩지고 있다. 낙찰에 실패하거나 시공사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결정에 반발하며 법정싸움이 잦아지는 모습이다. 주택 시장 규제에 따른 정비사업 물량 감소가 전망되면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업계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장 다수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의 의결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1구역에서는 재개발조합과 현대건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연 대의원회에서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에 도면이 누락됐고, 이주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며 회사의 입찰을 무효화하고 입찰 보증금 1000억원을 몰수하는 내용 등 4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사항들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과 법정싸움을 벌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지만 조합 내부에서 반발이 일었다. 이후 임시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가 취소됐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임시총회가 정족수 미달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구로구 고척4구역에서는 볼펜 표기에 따른 무효표 논란이 불거지며 현대엔지니어링이 법적 시비를 걸었다. 대우건설이 이 지역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도급계약 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그동안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정비사업 조합과의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는 분위기가 짙었다. 도급을 받아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합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사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장에서도 법적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이 물량 확보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등 부동산 규제로 서울에서 정비사업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건설사들이 법적 다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수주 환경이 나빠지면서 건설사가 다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내 한 재개발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 내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