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과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보이고 있는 미국 정부의 모습은 진정한 동맹국의 모습인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만난 이광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인천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이 같이 말하며 미국 정부에 대해 진정한 동맹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지소미아 종료 3일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연장 압박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한 인천 지역 시민사회의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한·미·일 공조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에 있어서도 지나친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날강도식’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인천시청에서는 인천지역연대를 비롯해 6.15인천본부, 서비스연맹인천본부 등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제 강원도 고성군을 다녀왔다는 이 위원장은 “어제가 21년 전 금강산 관광이 처음으로 시작됐던 날이었다”면서 “고성 전망대에 가보니 불과 200미터 앞에 금강산 관광을 했던 곳이 보이더라. 금강산 관광 중단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한데, 한반도 평화를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지소미아에 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우리나라에 일방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사안을 우리나라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위원장은 “미국이 최소한의 세계 역사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 일본이 자행했던 인권 유린에 공감한다면 지소미아에 대해 일본 편 들기만 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우호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게끔 최소한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지적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최근 방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현재 부담하고 있는 금액의 6배에 이르는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한 바 있다.
양승조 인천지역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미국의 요구 금액은 3인 가족 1가구당 29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면서 “만약 미국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1가구당 매년 29만원을 부담하게 되는 것인데, 미국이 동맹국인지 날강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광호 서비스연맹인천본부 부본부장은 일본 경제 단체 연합회와 함께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싸잡아 비판했다. 김 부본부장은 “전경련은 최소한의 대의나 공공 의식을 찾을 수 없다”며 “국민 앞에서 과거 국정농단 시절 벌였던 정경유착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태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국민이 든 촛불이 미국을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신규 인천지역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는 촛불로 정부를 세운 만큼,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정부가 이행토록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이 날강도처럼 행동한다면 방위비 협상도 중단시키도록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지역연대를 비롯한 인천 시민단체들이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