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달·화성 여행 코 앞에…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우주 경쟁’

일론 머스크·제프 베조스·리처드 브랜슨…영화처럼 생생한 4차 산업 후 ‘넥스트 블루오션’
타이탄|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한정훈 옮김|리더스북 펴냄

입력 : 2019-08-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인류가 원한다면 태양계엔 1조명의 인간이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수천 명의 아인슈타인과 수천 명의 모차르트가 나오겠죠.”
 
제프 베조스 아마존·블루오리진 최고경영자(CEO)의 꿈은 이미 우주에서 떠돌고 있다. 90년대 인터넷 성장과 함께 키운 ‘아마존 노하우’를 우주 운송 사업에 적용시킬 구상 중이다.
 
지구라는 ‘집’을 보존하며 그는 인류가 주변 행성을 ‘일터’이자 ‘운송장’으로 활용하길 원한다. 지구 근처 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장기적으론 1조명의 인류가 태양계를 드나들며 찬란한 문명을 일구는 것. 그것은 ‘인류 미래를 위해 시계바늘을 가장 많이 감아둘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우주를 4차 산업혁명 후 ‘넥스트 블루오션’으로 여기는 건 베조스 뿐만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는 ‘달, 화성 여행’의 대중화를 꿈꾸고 있다. 40~100년 내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자급자족적 도시’ 건설 구상도 선언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은 지난 2월 인류 최초로 승객을 태운 우주여행 시험에 성공했다. 모하비 사막에서 쏘아올린 로켓 ‘스페이스 투’는 탑승객 1명을 태우고 90km 상공까지 갔다 귀환에 성공했다.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을 필두로 국가 권력이 쥐던 ‘우주시대’는 민간 업체의 주도 아래, 새 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인 저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는 이 ‘기회의 땅’을 놓고 20년간 경쟁해 온 거물들(타이탄)의 탐색을 시도했다. 베조스, 머스크, 브랜슨 등의 자취를 좇아 민간 우주 개발의 현주소와 가까운 미래를 동시에 그려낸다.
 
불가능의 꿈을 가능으로 일구는, 이 거물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재생된다.
 
책 초반, 서부 텍사스 목장에서 헬리콥터 사고로 죽을 뻔한 39살 베조스가 그 곳을 지금의 블루 오리진 기지로 삼는 이야기는 예고편 수준이다. 베조스가 과학소설작가 닐 스티븐슨과 로켓을 쏘아 올릴 거대한 채찍 제작을 계획하다 실패하거나, 머스크가 공개 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선정하려는 NASA의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 싸워 이긴 장면들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 둘 사이 경쟁 관계가 첨예할 땐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와 우주 비행 계약을 성사시킨 ‘괴짜’ 브랜슨이 툭툭 튀어나온다. ‘민간 우주비행 역사’를 바꾼 이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지만 저자가 직접 취재하고 독점 인터뷰로 밝혀낸 실화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거물들이 지난 20년간 관심을 둬온 주된 영역은 로켓과 비용이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다시 수직으로 착륙하는 로켓 부스터를 만들고, 그 부스터가 재사용이 가능하다면 이들은 우주를 대중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최근에는 컴퓨터 알고리즘, 풍속 측정 센서, GPS 시스템 장착으로 이 거물들의 로켓은 점차 ‘지능이 있는’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 거물들은 달을 돌아 지구로 복귀하는 여정을 이르면 내년으로 계획 중이고, 이 성공을 화성 등 태양계로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책은 짜릿한 거물들의 성공 만큼, 그 뒷면에 가려진 이들 간의 싸움과 실패, 위험 가능성도 훑는다. 머스크가 베조스의 로켓 실패를 '화염 덕트 안에서 춤추는 유니콘'으로 묘사한 대목만 봐도 우주가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륙 후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우주 비행 시의 방사능 문제를 짚으며 책은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또 다른 인류의 발자취를 탐험해 간다.
 
타이탄. 사진/리더스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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