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차주들이 엄동설한에 현대차 앞으로 몰려간 까닭

6일 TM 진동개선촉구 2차 집회 열려…“진동 심할 때엔 멀미 날 정도”

입력 : 2019-12-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오늘 현대차에 항의하려고 휴가까지 내서 충남 보령에서 올라왔습니다. 차량 진동이 너무 심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요. 한 달 전 서비스센터에서 개선조치를 받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진동이 심해지더군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친 지난 6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클럽싼타페' 동호회원 10여명이 ‘싼타페 TM 진동개선촉구 2차 집회’를 열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송 모(48)씨는 “지난해 9월 4000만원 주고 싼타페 2.0 디젤을 샀는데 처음에는 '원래 그런가' 했다가 주행거리 5000km를 넘으면서 진동이 점점 더 심해졌다”면서 “진동이 심할때는 운전 중 멀미가 날 정도”라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진동 문제를 겪고 있는 동호회원들이 적어도 300명은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9월20일에는 1차 집회가 있었다. 
 
이날 회원들은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동의 제왕 싼타페 TM, 공명음의 역습’ 등의 글귀를 담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현대차 고객서비스부서 담당자와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클럽싼타페 카페 회원 10여명이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본사 부근에서 '싼타페 TM 진동개선촉구 2차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현대차는 지난해 2월, 6년만에 완전변경 모델인 싼타페 TM을 출시했다. 작년에만 9만9000여대가 팔렸고 올해도 11월까지 8만대가량 판매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진동 문제가 제기됐다.
 
이들 동호회원은 한결같이 운전석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등에서 일반적인 떨림보다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고 했다. 클럽싼타페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무쏘’ 스포츠 2002년식 모델의 진동을 스마트폰 지진계측 어플리케이션으로 측정했을 때 평균 3.8이 기록된다. 또 25년된 트랙터는 평균 5.9가 측정됐다. 반면, 싼타페 TM의 경우 5.5가 나왔다. 다른 동호회 회원들도 5~6 정도의 수치가 나온 사진을 올리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10월11일부터 서비스센터에서 개선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달 2일에도 2차 공지를 했다.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시키면 진동 전문 장비로 해당 차량의 진동을 측정한다. 이후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부품을 교환하거나 차체와 범퍼 사이 스티로폼 등을 넣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싼타페 TM 진동개선촉구 2차 집회'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싼타페 TM 진동개선촉구 2차 집회' 모습. 사진/집회 참가자 제공
 
현대차는 진동 사안과 관련해 “진동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차체와 범퍼 부품 간 일정한 간극이 유지돼야 한다”면서 “일부 차량에서는 맞닿으면서 진동을 츱수하지 못해 차체에 그대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선 조치를 받은 뒤에도 진동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모(38)씨는 “올해 1월 초 구매하고, 두 달만에 진동이 심해졌다”면서 “지난달 사업소에 갔는데 현대차에서 진동 측정수치를 공개하지 않았고, 측정한 위치도 운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운전석 시트 위가 아니라 시트와 바닥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 모(35)씨는 “1000km도 안 탔는데, 개선조치를 받았고 계측장치 측정치로 106.2에서 101.5로 낮아졌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효과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차에서 측정한 진동값과 실제 운전자의 체감도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이날 2차 집회 직전, 송 모씨의 싼타페 TM에 직접 탑승해 진동을 확인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일부 회원들은 현대차가 개선품 출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회원은 “싼타페 TM 이전 모델인 DM이나 기아차 쏘렌토에는 차량 하부에 다이내믹 댐퍼가 있지만 TM에는 없다”면서 “현대차가 원가절감을 하려고 한 게 진동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동 관련 조치는 전국 22곳에만 있는 직영 사업소에서만 해야 된다”면서 “예약하는데 보통 2~3달이 소요되고 그마저도 이상 없다고 판정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병일 명장은 “디젤 모델의 특성 상 어느 정도 진동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를 감안해도 TM은 비정상적”이라면서 “진동을 잡아주는 마운트가 TM에는 4개가 아닌 3개만 설치된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있었던 1차 집회 모습. 사진/집회 참가자 제공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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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