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인수 후 HDC현대산업개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매각의 시발점이 '기내식 대란'이었던 만큼 HDC가 기내식 업체를 바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오는 12일 체결할 계획이다. 협상을 올해 안에 매듭짓겠다는 양측의 의견이 확고한 만큼 업계와 재계에서는 계획대로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DC는 금호그룹으로 갈 구주 매입과 KDB산업은행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 약 1조4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1조원이다. 이로써 아시아나는 발등의 불은 끄게 됐지만 경영정상화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지난해 기내식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이른바 기내식 대란을 겪었는데 이에 대한 처분도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 임원 1명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며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기 때문에 아시아나가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인수자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HDC가 인수를 마무리한 후 기내식 업체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에 금호고속 투자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중국 하이난그룹의 투자를 받아 새로운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게이트고메)를 설립하고 30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기내식 단가를 2860억원 깎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시아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게이트고메의 기내식 단가에 금호그룹 지원 비용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HDC 입장에서는 금호그룹 지원을 위해 비싸게 기내식을 공급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새 업체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지원을 받은 금호그룹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시아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운명도 인수 후 과제로 남았다. 업계에서는 HDC가 인수 후 이들 회사를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자회사들의 재매각설이 제기된다. 사진/에어부산
두 회사는 인수 후 HDC의 증손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인수하거나 2년 내 매각해야 한다.
에어부산의 경우 상장사인 데다 아시아나 지분 44.2%를 제외한 43%는 부산시, 넥센, 부산롯데호텔 등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지분 확보는 어렵지 않지만 항공업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이 변수다. 올 3분기 기준 누적매출 1830억원, 순손실 109억원으로 내년에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HDC가 품기에는 큰 매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HDC는 자회사 재매각에 대해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몽규 HDC 회장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LCC에 관해서는 아직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