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두 차례 추락 사고를 낸 '737 맥스' 기종 생산 중단에 나서며 국내 항공업계에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운항 중단 장기화에 국내 항공사들은 대체편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문제를 일으킨 보잉이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와 AFP에 따르면 보잉은 737 맥스 기종 생산을 내년 1월부터 중단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737 맥스는 1960년대 개발된 737 오리지널의 4세대 개량 모델로 지난해 보잉의 매출을 이끈 '효자' 기종이다.
하지만 두 차례 추락 사고가 이어지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3월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737 맥스 기종이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숨졌으며 지난해 10월에도 라이언에어 소속 737 맥스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에 미국, 중국, 한국 등 국가는 운항 중단 조치를 했고 보잉도 항공사 공급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737 맥스를 들여온 항공사는 이스타항공뿐이지만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도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보잉이 '737 맥스' 생산을 중단했다. 사진은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737 맥스 2대를 들여왔는데 운항이 중단되며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1대당 매달 7~8억원의 고정비가 나가는데 2대 고정비만 단순 합산해도 올해에만 약 130~140억원의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 여파로 자본잠식에 빠지며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현재 보잉은 운항 중단으로 피해를 본 항공사에 보상한다는 방침이지만 사고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곳 외에는 구체적인 보상 대책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사태를 주시하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에 대한 보잉사의 보상책은 아직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은 아직 737 맥스를 들여오지 않아 이 기종을 투입할 계획이었던 노선은 대체편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 항공사는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이스타항공과 비교하면 사정이 낫지만 다른 기종을 도입할지, 운항 재개를 마냥 기다릴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생산 중단을 선언한 만큼 제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잉이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라 우호적인 관계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경우 제작사에 주문한 항공기 물량을 제때 받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보잉 '737 맥스' 운항 중단이 장기화하며 국내 항공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리스료 할인과 정비 편의를 위해 한 제작사의 항공기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제작사 항공기를 들여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러 제작사의 항공기를 이용하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737 맥스 운항을 승인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허가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737 맥스 운항 중단을 발표한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10여개국이 넘는다. 운항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더라고 국제선 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737 맥스 기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을 쳤다는 점도 이 기종을 쉽게 띄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항공사에는 737 맥스 추락에 이어 '737 NG' 기종 동체 균열 문제까지 불거지며 보잉의 비행기를 타도 괜찮은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의 안전은 항공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737 맥스 운항에 대해 항공사들도 고민이 많다"며 "실제 보잉 항공기를 사용하던 항공사 중 일부는 에어버스 기종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