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박모씨 등 4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박씨 등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계승한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의 책자와 음악 파일,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문건을 이메일 또는 외장하드에 보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변혁의 새시대 교육운동 준비위원회'란 단체를 결성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의구성등)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찬양·고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들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소지한 이적표현물은 북한의 사회주의교육 제도를 비롯한 북한의 제도, 북한의 선군정치, 주체사상, 연방제 통일, 북한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이와 같은 이적표현물 중 일부를 주고받으며 토론이나 자료집 제작 등에 활용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특히 피고인들은 공무원이자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교사의 지위에 있는 중에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며 "피고인들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부정하고, 이적성이 명백한 북한 원전조차도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이적표현물 상의 내용을 수업이나 전교조의 각종 활동을 통해 아직 사고가 성숙하지 못한 초·중등학생들에게 가르치거나 전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변혁의 새시대 교육운동 준비위가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전교조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자주·민주·통일을 위한 교육사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해서 변혁의 새시대 교육운동 준비위가 북한 사회주의 교육철학이나 북한 주체사상에서 제시하고 있는 노동계급의 혁명이론(민족해방, 계급해방, 인간해방) 또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을 그 강령과 노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은 박씨 등이 소지한 일부 책자 등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적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의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