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조현아 사업 '왕산마리나' 매각한다

입력 : 2020-02-06 오후 12:19:3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를 매각한다. 왕산마리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계열사다. 아울러 유휴자산인 서울 종로구 송현도 부지도 매각한다. 이는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이 내놓은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왕산마리나의 경우 올해 안에 매각할 예정이며 주간사 선정이나 매각공고 같은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산마리나는 왕산레저개발이 운영하는 해양레저시설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왕산마리나는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을 들였던 사업이다. 조 전 부사장은 왕산레저개발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
 
조원태 회장이 6일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 사업이었던 '왕산마리나'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왕산레저개발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23억원으로 2011년 설립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적자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손실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이 매년 수백억원의 운영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정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앞서 조 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며 적자 계열사 구조조정 의사를 밝혔는데, 주총을 앞두고 이러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아울러 5000억원 매각가가 예상되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내놓는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과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 '비전2023'을 발표하고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은 기업 부채 해소와 투자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독립성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 김동재 이사가 신규 위원으로 선임됐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 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늘 결의한 안건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회사의 굳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KCGI는 조 회장이 내놓은 주주친화 정책을 '뒤늦은 방안'이라며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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