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각 당의 공천과 관련한 교통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에 반발하는 예비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남 양산을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반발하며 한국당 예비후보들이 무소속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경남 거제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해연 예비후보의 지지세가 변수로 꼽힌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한국당에 불어오는 무소속 출마 바람이 심상치 않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 당 지도자급 인사들의 출마 지역 결정을 놓고 거론되고 있는 경남 지역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서 전략공천을 강행할 시 무소속 출마를 표명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이 지역구 선거 승리를 위해 보수통합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내부 공천 갈등으로 또다시 분열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정희(왼쪽부터), 이장권, 박인 예비후보가 13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4일부터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 출마를 접고 양산 통도사 방문 일정을 시작으로 경남 양산을 지역구 다지기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이 지역 예비후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정희·박인·이장권 등 양산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3명의 예비후보들은 "공관위가 경선 없는 전략공천을 강행하면 탈당한 뒤 단일대오로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남 양산을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갈등으로 인한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로 한국당에게 패배의 아픔이 있는 지역이다. 당시 민주당 서형수 후보가 40.33%를 얻으면서 38.43%를 득표한 새누리당 이장권 후보를 득표율 1.9%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다만 당시에는 이 후보와 새누리당에서 공천 갈등을 겪던 박인·황윤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각각 10.88%, 4.97%의 표를 나눠 가져간 탓이 컸다. 이번에도 무소속 출마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국당 내에서는 영남지역 컷오프(공천배제)에 대한 반발로 이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뜰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폭 물갈이에 대비하기 위해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언급되는 분위기다. 실제 이 지역에서 2008년 총선 때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친박(친박근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고 2016년 총선에서도 컷오프 대상이 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무소속 예비후보의 도전을 받고 있다.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은 민주당 공천을 노렸으나 중도 탈락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돌아섰다. 김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거제 총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일정 부분 지지 기반을 가진 김 전 의원 정치력을 고려해 민주당 진영의 표 분산을 내다보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구 지지기반이 탄탄한 후보들의 경우 탈당해 무소속 출마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본인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했고 당선 후 복당한 전례가 있다. 이런 식의 공천 후유증은 여야를 불문하고 총선 시기마다 반복돼 왔다.
하지만 총선에서 당내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해당 정당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어떻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지 스토리가 중요하다"며 "지역 유권자의 민심이 (후보에게) 좋은데 민주당 또는 한국당에서 강제로 퇴출시켰다면 무소속 후보에게 지지세가 쏠릴 수 있다. 중도층 표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 거제에 출마한 무소속 김해연 예비후보가 지난달 23일 거제 톨게이트에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해연 예비후보 홈페이지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