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유럽 하늘길…"갈 곳이 없다"

이탈리아·체코 노선도 운항 중단…장거리까지 여파 확산

입력 : 2020-03-04 오전 6:03:1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항공사 장거리 노선 타격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 직항길은 29년 만에 아예 닫혔고 체코 정부도 인천~프라하 노선 운항을 금지하며 유럽 하늘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3일 외교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로마 노선을 다음달까지 운휴한다. 구체적인 운휴 기간은 대한항공의 경우 오는 5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은 8~28일이다.
 
앞서 두 항공사는 이탈리아 확진자 증가로 여행 수요가 줄자 밀라노, 베네치아 노선도 운휴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인천~밀라노 노선을 오는 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폐쇄하기로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베네치아 노선을 다음달 15일까지 쉬기로 했다.
 
이탈리아 노선에 직항기를 띄우는 외항사 알리탈리아도 인천~로마 노선을 오는 29일부터 영구 중단하기로 하면서 한국과 이탈리아를 잇는 직항길이 꽁꽁 얼어붙게 됐다. 때마침 이탈리아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는 경영난으로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 노선 운항 중단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체코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운항 중단 기한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며, 한국과 함께 운항 중단을 발표한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2주간 중단할 예정이다. 인천~프라하 노선에는 대한항공이 주 3회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데, 이번 조치에 따라 오는 5~28일까지 항공기를 띄우지 않는다.
 
앞서 터키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중단한 바 있다.
 
이로써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은 모두 16개 유럽 노선 중 5개가 멈추고 3개 노선을 감편했다. 유럽 노선 절반이 타격을 입은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이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정기편 리스본을 포함해 모두 8개 유럽 노선을 운영 중인데 이 중 4개 노선을 운휴하고 3개를 축소했다. 8개 노선 중 7개를 정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장거리 노선인 미주도 운항편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일부를 오는 7일부터 25일까지 감편한다. 인천~호놀룰루도 오는 27일까지 일부 감편한다.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노선 감편 규모는 왕복 기준 총 12회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며 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
 
주 5회 운항하던 인천~보스턴 노선도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주 3회로 줄인다.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을 비롯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투입하는 항공기도 대형기에서 중·소형기로 바꾼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운항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국을 거친 항공기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연일 추가되면서 앞으로 운항 중단이나 감편에 나서는 장거리 노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 출발 방문자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모두 87곳으로 전날 83곳보다 4개국 늘었다.
 
코로나19로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 홍콩 등 한국과 교류가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대형항공사는 여객은 물론 화물까지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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