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왕복이 50만원대…항공사, 끝없는 추락

파산에 구조조정까지…유럽계 항공사도 저가 공세
코로나19 때문에…"전세계 항공사 매출 손실 134조"

입력 : 2020-03-09 오전 6:02:2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은 이미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장거리인 유럽 주요 노선 항공권도 50만원대부터 표가 풀리고 있다.
 
특히 유럽계 항공사들도 60만원대부터 항공권을 판매하며 '눈물의 세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이나 중동항공사가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한국에서 60만원대 유럽 항공권을 내놓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외 항공사가 이 가격에 표를 내놓는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면서 한국 항공사는 물론 외항사들도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이미 폐업 절차를 밟는 곳도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항공사들의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항공 수요가 줄자 전 세계 항공사들이 저가 티켓을 풀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유럽계 항공사도 저가공세…"64만원에 파리 왕복"
 
8일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이달 파리,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왕복하는 항공권 최저 가격은 58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드리드,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의 항공권 가격도 60만원대면 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유럽 노선은 중국, 중동항공사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국내에서 60만원 중반대부터 티켓을 팔았다. 하지만 유럽계 항공사의 경우 비수기에도 최저 가격이 통상 70만원대부터 시작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계 항공사들은 통상적으로 90만~120만원 가격으로 국내에서 유럽행 왕복 항공권을 팔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 수요 자체가 얼어붙자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인천~파리 노선의 경우 중국계 항공사가 58만원대에 티켓을 팔고 있으며 뒤이어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가 64만원대에 항공권을 선보였다. KLM네덜란드, 에어프랑스도 같은 노선 항공권을 60만원 중후반대에 팔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대형항공사(FSC)들이 50만~60만원대에 싱가포르 왕복 항공권을 판매한다"며 "싱가포르 왕복 가격으로 유럽 노선을 팔고 있는 상황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거리인 미국 노선도 70만원대부터 항공권이 판매되고 있다. 델타항공, 에바항공, 에어캐나다 등 미주 지역 항공사들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도시 항공권을 70만원대부터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해 교류가 줄면서 한국 출발 노선뿐 아니라 전 세계 노선 항공권 가격도 하락세를 타는 상황이다.
 
영국 LCC 플라이비가 파산하며 이 항공사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산하는 항공사까지 등장…금융위기 이래 '최악'
 
전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보다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항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기자 실제 파산 절차를 밟는 항공사도 생기고 있다.
 
AFP통신 등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대형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비(Flybe)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렸는데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버티지 못한 것이다.
 
플라이비가 파산하면서 직원 2000여명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실제 영국 BBC는 중국을 비롯해 이란, 이탈리아, 한국 등을 오가는 여행을 금지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국제선 이용이 급감하면서 플라이비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28개 공항과 유럽 43개 공항을 취항하는 플라이비는 연간 8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국 국내선의 40%를 운항하는 등 한때 유럽 최대 규모 지역 항공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국적기 엘 알(El Al)도 항공 수요 감소로 직원 1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분간 신규 직원 고용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산이나 구조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항공사가 운항 편수를 줄이면서 LCC는 물론 FSC들도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이달 7100편의 유럽행 비행기를 취소했고, 770대 비행기 중 150대의 운항을 멈췄다. 이에 따라 주식도 올해 들어 29%가량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 주가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32% 하락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전 세계 항공사가 1130억달러(약 134조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IATA는 지난달 21일 매출 손실을 300억 달러로 예상했다가 2주 만에 3배 이상으로 수정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손실 규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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