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근무 늘지만…근무환경은 양극화

중기, 연차사용 사실상 강제…제조업은 구조상 적용 힘들어

입력 : 2020-03-09 오후 4:03:39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본사에선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현장 담당자들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며 연차사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생산 쪽을 제외한 몇몇부서는 재택근무를 추진하는가 싶더니 결국엔 전직원 연차사용, 강제휴가라고 합니다. 이번달에 심사가 있어 일이 많은데, 벌써부터 야근이 걱정됩니다.” (J제약 직원)

“코로나19가 걱정되긴 하지만 생산설비를 계속 돌려야하는 제조업군은 사실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합니다. 일손이 부족하니 재택근무는커녕 유연근무제도 꿈도 못 꿔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라는데, 정작 회사에서 제공하던 마스크 수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N도료 직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SK·LG·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은 물론 금융권과 판교 IT 기업들도 재택근무 시행에 나섰으나 재택근무 기반이 갖춰지지 못한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재택근무 방침이 회사마다, 심하게는 부서마다 제각각이라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에 임시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완제 의약품을 제조하는 한 중견제약회사 J제약은 최근 직원들에게 연차사용을 강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약사 홍보팀은 “최근 코로나 이슈와 관련해 영업팀 등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현장 본부장이나 팀장급 이상이 관리하고 있다”며 “본사차원에서 연차사용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장 직원들은 눈치를 보느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J제약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부서도 있다 보니 다 같이 쉬는 걸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위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연차를 쓰라고 하는데,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례도 많다.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직원은 지난 1월 말 출장으로 중국을 방문한 뒤 회사로부터 자택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받았으나, 개인연차를 소진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들은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구미공장 직원들에게 사무직은 재택근무로, 생산직은 공가(유급휴가)로 처리하고 있다.

특히 생산설비를 직접 가동하고 생산품을 확인해야하는 제조업의 경우 재택근무가 불가능에 가깝다. 제조업의 경우 수주를 받고 납품을 하기 위해선 공장을 계속 가동해야 하지만 현장 직원이 없으면 공장 가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생산설비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검수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직접 검수하고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생각할 수도 없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대부분이 최소한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근무인원이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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