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판매회복을 모색하고 있지만 한일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차 계획도 불투명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차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초에도 불매운동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2월까지 누적 판매는 932대, 984대로 전년 대비 각각 51.5%, 6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혼다는 691대로 53.3%, 닛산은 326대로 53.1% 줄었다.
인피니티는 38대로 87.8% 급감하는 등 일본차 업체들의 실적은 올해도 반토막이 났다. 일본차의 점유율도 8.6%로 전년(21.2%) 대비 12.6%포인트 줄었다. 렉서스 ‘ES 300h’는 불매운동에도 지난해 7293대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2월까지 315대를 판매해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 4MATIC’(1841대)은 물론 10위인 아우디 ‘A4 40 TFSI’(649대)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일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일본차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캠리 스포츠 에디션 출시행사 모습. 사진/토요타코리아
게다가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올해 판매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해 14일간 지정시설 대기, 무비자 입국금지 및 발급 비자 효력 정지, 한국발 여객기 도착 공항 제한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에 대한 무비자 면제 조치를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토요타는 1월 ‘GR 수프라’ 30대, 2월 ‘캠리 XSE’ 스포츠 에디션 모델 200대를 한정 판매하고 렉서스도 2월 ‘NEW RX’를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 분위기를 타진했다. 최근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 2020년형 ‘프리우스 AWD’ 모델을 출시했지만 판매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혼다와 닛산은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특히 한국닛산은 지난달 희망퇴직은 물론 딜러사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철수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닛산은 지난달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차 업체 관계자는 “양국 관계 등 정치적인 문제는 업체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면서 “분위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차 업체의 강점이었던 하이브리드 분야에 경쟁 업체 신차가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악재로 거론된다.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는 올해 2월까지 판매된 1만6900대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3309대로 집계됐다. 기아자동차는 다음주 신형 쏘렌토를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인다. 현대차도 5~6월쯤 싼타페 페이스리프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일본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초 공격적 마케팅을 하려고 했다”면서도 “코로나19 여파에 최근 양국 간 관계악화로 분위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일본차 업체들도 예전에 비해 적은 물량을 들여와 재고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