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요즈음 종교가 없더라도 누구나 알게 된 교회가 하나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줄여서 신천지라고 한다.
신천지의 치밀한 포교 방식이라든지 일반 교회에 침투해 해악을 끼친 사례는 그동안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신천지의 정식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부터다.
특정 종교에 대한 좋고 나쁨을 떠나 이번 코로나19가 잠정 상태에서 다시 크게 번지게 된 데에는 신천지 교회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만일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도 연루돼 있다면 그가 스스로 칭하는 '이 시대 구원자'는 결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외에도 이 총회장에 대한 의혹은 횡령, 사기 등으로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고소·고발도 이뤄져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거나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지원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검찰이 이 총회장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신천지를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고 일망타진하란 주장이 아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만이라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으로도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앞에서는 딸 또는 아들이 신천지에 빠져 수년간 만나지 못했다는 부모들의 애절한 호소가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신천지 신도가 중심이 된 상황에서 자녀들이 검사를 제대로 받았는지, 혹여나 감염되지 않았는지만 알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라고 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 총회장을 당장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로 자녀들과 떨어진 지 오래인 부모들은 물론이고 이미 전 국민이 감염증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검찰이 그토록 지키려 하는 수사권을 활용해 철저하게 의혹을 해결한다면 국가적 재난 속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수사권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