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가 남매가 경영권 전쟁을 치르면서 한진칼 이사회 규모가 국내 4대 그룹보다 커지게 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사로 직원 수는 30여명 정도다.
30일 한진칼에 따르면 지난 27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이 선임됐다. 이로써 기존 이사를 포함해 모두 11명의 사내·외이사로 이사회가 꾸려지게 됐다. 주총 전 한진칼 이사 수는 6명이었다.
이전 한진칼 사내이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사장 2명이었는데 이번에 조 회장이 재선임되고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이 새롭게 추가되며 3명의 사내이사를 두게 됐다.
사외이사의 경우 기존 4명에서 2배 많아졌다. 무려 5명이 새롭게 선임됐는데, 임기가 끝나 직위를 내려놓는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를 제외하면 8명이 남는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재계 13위 한진…이사 수는 4대 그룹 제쳐
이번 주총에서 6명의 신규 사내·외이사가 선임되며 한진칼 이사회는 4대 그룹 지주사보다 규모가 커지게 됐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재계 13위다.
삼성그룹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20일 연 정기 주총을 통해 3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사 수는 9명으로 이 중 사외이사는 5명이다.
SK그룹 지주사도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한 총 이사 수는 9명이다. LG 지주사는 올해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1명을 새로 선임했는데 이에 따라 총 이사 수는 7명, 이 중 사외이사 수는 4명이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 이사 수가 11명이다. 이 중 사외이사는 6명이다.
한진그룹과 기업 규모가 비슷한 CJ와 비교해도 한진칼의 이사 수는 많은 편이다. CJ 지주사의 경우 지난해 기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을 두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의장을 맡았던 석태수 사장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기에 앞서 "직원이 30여명인 것을 고려해 찬반 투표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이사회 덩치가 갑작스레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2배 늘어난 사외이사…'독립성'엔 의문부호
이처럼 한진칼이 이사 수를 크게 늘린 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주주제안을 통해 8명을 사내·외이사로 대거 추천하자 이에 맞서 조 회장 측도 7명을 내세웠다. 양측은 특히 사외이사를 대거 추천하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인물들로만 구성된 이사회가 실제로 독립적인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사내·외이사 후보를 대거 추천한 것은 애초에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외이사마저 '재벌의 거수기'라는 비판이 많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9개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267곳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안건 찬성률은 99.59%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진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99.52%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이렇게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경영권 전쟁 중에 양측이 후보를 대거 추천했고, 조 회장 측 인물들로만 이사회가 구성되며 독립성에 대한 지적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