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2300억원 규모 지원 철회로 쌍용자동차가 위기를 맞았다. 4월 급여 중 일부가 유예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정상화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대표는 전날 평택공장에서 노조 대의원들을 만나 최근 경영 상황을 설명했다. 예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모두 셧다운 상태에 놓일 정도로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4월 급여 중 일부를 유예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쌍용차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쌍용차의 올해 1분기 내수 판매는 1만7517대로 전년 동기(2만7350대) 대비 3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6622대로 11.7% 줄었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쌍용차가 추진했던 유럽, 중남미 지역 시장공략도 당분간 어려워졌다.
또한 대주주 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이사회에서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했던 2300억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3개월 간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만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마힌드라의 경영상황 또한 악화됐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4월 급여 일부 지급유예가 거론될 정도로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 단기차입금 규모는 25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오는 7월에는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금액 중 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다만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쌍용차는 지난 2일 코란도, 티볼리에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INFOCONN)을 신규 적용하고 첨단 안전사양을 기본 적용한 리스펙(RE:SPEC) 코란도와 티볼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아자동차의 ‘셀토스’, 올해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자동차 ‘XM3’ 등 기능과 성능을 갖춘 신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주력 모델인 티볼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티볼리는 경쟁 업체들의 신차 공세 속에 올 1분기 판매는 4624대로 전년 동기(9391대)보다 50.8%나 감소했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연간 4만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렉스턴 스포츠’도 같은 기간 6993대로 40.8%나 하락했다.
또한 기아차는 지난달 신형 ‘쏘렌토’를 공개했고 현대자동차도 상반기 안으로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가 ‘SUV 전문기업’으로 브랜딩을 해왔지만 경쟁 업체들이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데다가 쌍용차의 올해 신차 계획이 없으면서 고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가 정부의 자금지원까지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도 존립이 쉽지 않은데, 그마저도 마힌드라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불가능해졌다”면서 “판매를 견인할 신차 모델이 없는데다가 경쟁 업체의 신차 경쟁력이 높아 자칫 쌍용차가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상황이 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