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서점가에선 책 '더 해빙' 인기가 고공행진이다.
16일 예스 24와 인터파크 등에 따르면 4월 3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더 해빙(The Having)'(이서윤, 홍주연 저, 수오서재 출간)은 1위에 올랐다. 몇 주 만에 계단식으로 순위를 올라가더니 4주 이상 지속된 아동 서적의 독주를 막아섰다.
저자가 말하는 ‘해빙’은 ‘돈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라는 심플한 원칙이다. 단 1원이라도 돈의 노예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돈의 주인으로서, 관점을 달리하라는 것이다. 그는 "돈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부자가 될 가능성을 더 크게 마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간 초기부터 책은 해외에 먼저 판권이 팔린 '국내 최초의 책'으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세계 1위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에서 먼저 출간된 후 지금까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21개국에 수출됐다. 세계 대기업 오너 등 상위 0.01%의 부자들에게 '카운슬링'을 해왔다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도 시선을 끌었다.
출판사 수오서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경제 침체의 전망이 책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주식 등 돈에 관해 관심이 커진 영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책 외에도 최근 서점가에선 ‘부자 뇌패턴으로 바꿔주는 책’, ‘누구나 300만~700만 달러를 가지는 법’, ‘돈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주는 책’등 경제, 경영 관련서 판매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경제경영 분야의 '부자'를 키워드로 한 제목의 책 판매는 2015년을 저점으로 큰 폭의 증가와 소폭의 하락을 반복하다 올해 역대 최다 판매를 보였다. 1월1일부터 3월15일 현재까지 작년 동기간 대비만 71.6% 가량 신장했다. 10년 전인 2011년 대비 108%로 두 배가 넘는 신장률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에 비해 유독 두드러진 결과를 보인 건 높아진 사회적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돈에 관한 '심리적 변화'에 닿음으로써 불안한 투자자, 시장, 사회의 관심을 촉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나 서점 리뷰 한줄평에는 "이 책을 읽고 안심됐다"거나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사주, 운명론 등 동양적 사상에 대한 서양의 호기심, 관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 저자 홍주연 작가는 서양에서의 인기를 “동서양을 융합한 콘텐츠의 힘”으로 정의한다.“부와 성공이라는 서양적 자기계발서의 목표를 이루는 방법으로 동양적인 ‘마음가짐’과 ‘내면의 힘’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 볼 필요도 있다. 경영서를 표방한다는 이 책은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썼다고는 하나, 다소 막연한 감이 없지 않다. '돈을 지출하는 행위를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바라봐야 한다'거나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라'는 책의 핵심 구절에서 위로식 에세이, 심리서적 이상의 의미까진 찾기 힘들어 보여 아쉽다.
더해빙. 사진/수오서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