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경쟁적으로 신차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의 쏘나타, 그랜저 등 간판 모델이 흥행에 성공하는 가운데 기아차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지난해 10만3349대로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1분기 3만3500대로 단연 국내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그랜저는 3월 1만6600대의 실적을 기록해 2016년 12월(1만8247대) 이후 3년3개월만에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반면, 그랜저와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는 K7은 뒤쳐지는 형국이다. K7는 지난해 6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후 7월 8173대, 8월 6961대 등 11월까지 월 6000대 이상의 판매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가 11월 등장한 이후 12월 5075대로 하락했고 올 1분기는 1만1835대로 월평균 4000대 수준에 그쳤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등장 이후 K7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기아차
현대차는 이달 7일 신형 아반떼를 선보였다. 아반떼는 영업일 9일 동안 1만6849대의 사전계약을 달성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국내 준중형 세단의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기아차의 K3는 지난해 4만4387대의 판매량을 보였으며, 올해 1분기에는 6266대를 판매했다. 월 평균 2000대 정도로 같은 기간 아반떼(9099대) 실적의 69%에 불과하다. 신형 아반떼가 본격적으로 판매된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지난달 말 공개된 제네시스 신형 ‘G80’는 출시 첫 날 2만2000대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신형 G80는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편, 기아차 K9는 지난해 1만대를 가까스로 넘겼으며, 올해는 1월 612대, 2월 671대, 3월 861대에 그쳤다.
기아차 K5가 올 1분기 2만590대로 현대차 쏘나타(1만8698대)에 미세하게 앞선 것이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형 K5는 올해 신형 쏘나타보다 판매량이 약간 높았다. 사진/기아차
기아차는 올해 2월19일 야심차게 신형 ‘쏘렌토’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혜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다음달 하브 차량의 사전계약을 중단했고 박한우 전 대표의 명의로 친환경차에 부여되는 세제혜택(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하겠다는 공지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발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고문으로 위촉됐다. 기아차에서는 그의 퇴임 사유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친환경차 인증 문제에 책임을 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싼타페 페이스리프트가 다음달 출시되고 하이브리드 모델이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등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신형 쏘렌토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현대차가 옵션, 디자인, 기아차가 가격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었다”면서 “최근 기아차보다 현대차에 과감하고 파격적인 시도가 이뤄졌고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