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해운·조선업 상생이 빛나고 있다. 해운사는 당장의 투자비용 절감보다 장기적인 상생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국 발주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생발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적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ALGECIRAS)'를 인수했다.
이 선박은 HMM이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발맞춰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 첫 호선이다. 당시 HMM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2만4000TEU급 총 12척을, 현대중공업에 1만4000TEU급 8척을 발주한 바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해운·조선업 상생이 빛나고 있다. 해운사는 당장의 투자비용 절감보다 장기적인 상생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국 발주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생발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되는 모습. 사진/HMM
이를 통해 대표적인 해운·조선업 상생모델을 만들었다. 지금껏 국내 조선사의 주요 고객들은 해외 해운사들이었다. 한국 조선사의 건조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통상 중국 조선사는 한국보다 10% 가량 싼 가격에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사도 한국보다는 중국에 선박을 발주해왔다. 이렇다 보니 국적선사인 HMM이 초대형 컨선 20척을 자국에 발주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국내 단일 해운사 발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으로 일감 확보가 절실했던 조선 3사에도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HMM은 오는 2021년 말까지 컨선 20척을 모두 인도받을 예정이다. 컨선 인수를 마무리하면 HMM은 선복량 기준 글로벌 8위 해운사로 올라서게 된다.
중견 해운사도 해운·조선업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은 현대미포조선에 각 2500TEU급 5척, 1809TEU급 3척을 발주한 상태다. 동진상선과 범주해운은 대선조선에 1011TEU급 1척씩 발주했다.
또 다른 중견 해운사인 남성해운은 줄곧 국내 조선소에만 신조선을 발주해왔다. 최근 20년간 총 14척을 발주했는데 건조사를 보면 현재는 폐업한 신아조선 2척, 대선조선 7척, 현대미포조선 5척 등이다. 남성해운은 이달 초와 다음달, 대선조선으로부터 1100TEU급 2척을 인수할 예정이다.
자매회사인 동영해운도 국내 조선소만 찾고 있다. 남성해운과 마찬가지로 2000년 이후 발주한 선박 7척은 대선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이 각 5척, 2척 건조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해운·조선업 상생이 빛나고 있다. 해운사는 당장의 투자비용 절감보다 장기적인 상생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국 발주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생발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대선조선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이처럼 한국 해운사가 중국에 비해 높은 선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국 발주에 나서는 이유는 중장기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운사 한 관계자는 "국내에 발주한 이유는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정부 시책에 부합하려는 차원도 있지만 더 나아가 선박설계 등 해운사 니즈에 대한 상호 협력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운·조선업 상생은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HMM의 'HMM 알헤시라스'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에 신규 가입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조선업뿐 아니라 해운 연관 산업까지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간 상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해운·조선업 재건뿐 아니라 수많은 관련 부대산업까지 재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 보호주의 확대, 실업율 증가 등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